월간 인물과사상은 대한민국의 월간 잡지이다. 1998년 5월 창간했다. '성역과 금기에 도전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으며, 인문, 사회, 역사,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단행본도 출판하고 있다.
거리의 변호사, 세월호를 말하다
인터뷰: 권영국(변호사)
권영국은 우병우의 반대말이다. 검사 출신 우병우가 법을 권력화하고 사유화하는 ‘법기술자’라면 변호사 권영국은 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법으로 사람을 지키고 싶어 하는 ‘법휴머니스트’다. 권영국은 법조인이기 이전에 노동자였다. 삶의 치열한 현장을 경험한 변호사기에 권영국은 법휴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쌍용차 파업 현장, 용산 참사 현장,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권영국을 만나는 건 숙명이다. 침몰했던 세월호가 인양되고 뭍에 올라오던 날,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을 만났다. 이른바 ‘법꾸라지’ 우병우가 법망에 걸려든 날이었다. 권영국은 세월호에 눈물짓고 우병우에 분노했다.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법을 다루는 진짜 변호사의 진심이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2017년 3월 23일,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처참한 모습에 온 국민이 울었다.
국가의 최고 책임자는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고, 사고 발생 8시간 만에 나타나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하는데 왜 발견하기 힘드냐”고 물었다. 그때는 실종자 대부분이 침몰한 배에 갇혀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와 위기관리 실태는 엉망진창이었다. 최고 책임자의 진솔한 사과도 없었고, 세월호특별법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려는 것도 막았다. 더구나 ‘세월호 반대 집회를 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게 나라인가? 승객들을 버리고 자신만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박근혜 정부는 닮았다.
세월호가 육상에 거치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 박근혜 정부는 그 기간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도 규명하지 못했고, 세월호를 인양할 의지도 없어 보였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세금 도둑이라고 비난하거나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유가족들을 시체 장사꾼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정부기관들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요구한 자료 제공에 소극적이거나 방해하거나 거부해왔다. 세월호 참가는 국가의 실패인데도, 국가는 그 책임과 도리를 망각한 채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1,600만 명의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장에 모여 박근혜 탄핵과 세월호 참사 규명을 울부짖었다.
거리의 변호사인 권영국은 “촛불 집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권 의식을 가진 시민의 형성”이라며 “시민들이 내가 권력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체험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안타까움의 발로였다.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최우선하면서 물질을 중시하고 사람이나 생명은 무시되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돈과 권력 중심 사회에서 사람과 생명,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로 바꾸어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 촛불 집회에서 주권자 의식으로 탄생한 시민들이 한국 정치 지형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