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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다시 읽은 존 버거의 책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조금 독특한 내용의 작품이다. 존 버거의 일생동안 의미있었던 실존인물 혹은 허구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이들은 모두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다. 유럽의 곳곳을 돌며 그들을 기억하며 글을 썼는데, 어떤 글은 상당히 교훈적이고, 어떤 글은 인물의 생애를 돌이켜보며 작가가 받은 감동에 헌사하는 내용을 담기도 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 옛 스승, 친구와 애인, 그리고 이름 모를 선사시대 예술가까지, 그들은 과거에 존과 함께 경험했던 일들을 추억하고, 존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주는 듯한 충고를 던지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리스본’에서 어머니와 조우하는 부분과 ‘크라쿠프’에서 존 버거의 마음의 스승이자 ‘파쇠르’였던 켄을 만나는 부분이었다. “ 어렸을 땐 어머니의 확고함이 나를 화나게 했다.(뭘 가지고 언쟁을 벌이는가는 상관없었다) 나는 어머니가 강철 같기를 바랐는데, 그 확고함은 그런 허세 뒤에 숨은 어머니가 얼마나 상처받기 쉽고 머뭇거리는 존재인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무튼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 어머니가 확신하는 것이면 뭐든 반박부터 했는데, 우리가 똑같이 당당한 태도로 함께 얘기할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서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머니를 더 약한 사람으로 만들 뿐이었고, 그러면 우리는 파멸과 비탄의 소용돌이 속으로 하릴없이 빠져들며 천사가 내려와 우리를 구원해 주길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천사는 단 한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 어린시절 존 버거는 어머니와 같은 듯 다른 성향 때문에 종종 충돌하기도 했으나, 어머니의 사후에 비로소 어머니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되었고, 리스본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모든 건 시어지고, 그 다음에는 달콤해졌다가 나중엔 씁쓸‘해 진다는 삶의 진실을 깨달은 어머니가 존 버거에게 한 당부는 이랬다. “ 뭘 쓰더라도 그게 뭔지를 당장에 아는 건 아니야. 늘 그랬어. 어머니가 말한다. 다만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지, 그것만큼은 알아야 해. 더 이상은 그걸 혼동하는 실수를 용납할 여지가 없으니까. ” 이런 가르침은 미술비평가로서의 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참여적인 횡보를 보였던 존 버거의 일생을 통해 구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어머니의 입을 통해서 그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본인의 활동의 근거를 설명하는 듯 보인다. “ 우리는 모두 여기 있는 거야. 너나 살아 있는 다른 사람들이 여기 있는 것처럼. 너희와 우리, 우리는 망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고치기 위해 여기 있는 거란다. 우리가 생겨난 이유는 바로 그거야. ...... 뭐든 원하는 대로 선택하렴. 네가 할 수 없는 건 모든 것을 희망하는 거야. 희망은 거대한 확대경이야. 그걸로 멀리 내다볼 수 없는 건 그 때문이지. 이룰 가능성이 있는 것만을 희망하자꾸나! 조금이라도 고쳐 보자고. 조금도 많아. 하나를 고치면 다른 수천 가지를 변화시키니까. ” 문득, 과연 나는 존 버거처럼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특정한 장소가 있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 곳이 있다면 엄마의 부재라는 크나큰 상실과 비통을 견뎌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그곳에서 엄마와 나누었던 혹은 나눴을 듯한 대화를 상상해보며 나를 다독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__________ 누구에게나 행운의 날은 일 주일에 하루뿐이야. 제 날은 언제였어요? 화요일이었지. 너는 아마 화요일에 세상을 뜰 게다. 그럼 어머니는요? 금요일. 몰랐니? 나는 네가 눈치 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그렇게 자주 제 곁에 계시지 않았어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더 자주였어. 물론 네가 원하는 것처럼 늘 거기 있지는 않았지. 영원히 있지는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금요일에 더 행복해 보이셨던 것 같네요. 내가 말한다. 행복의 여부라기보다, 좀더 안전해서 그만큼 더 자유롭다는 걸 아느냐의 문제였지. 금요일이 어머니의 날이라는 걸 언제 아셨어요? 열 살 때. 금요일에 노래를 부르면 완벽한 음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어. 예외 없이. 아직도 금요일이 어머니에게 행운의 날인가요? 아니. 지금은 화요일이야. 왜냐하면 나는 지금 너를 위해 여기 있으니까.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 존 버거, 강수정 저 #여기우리가만나는곳 #존버거 #열화당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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