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런던 이스트엔드의 화이트채플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이 벌어졌다. 이후 연쇄살인범의 시조로 일컬어지며 1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잡히지 않은 장기 미제 아니 영구 미제 사건의 범죄자,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지금까지 수많은 모방 범죄와 용의자들을 양산해왔고, 그에 따라서 혼란과 논란도 증폭됐다. 이 희대의 살인마는 빈민가의 매춘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비열함 뿐 아니라 희생자의 시신을 훼손하고 장기를 적출하는 등의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행수법을 보였다. 더구나 신출귀몰한 행적으로 말미암아 당대 공권력은 조롱거리가 되었고 여론몰이식 무차별적 용의자 검거는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
이 책은 잭 더 리퍼로 대변되는, 이 사회의 깊고 어두운 그림자 속에 기생하는 살인자들에 관한 것이다.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 연대기』는 두 가지 접근 방식으로 잭 더 리퍼를 다룬다.
1권 “사건파일” 편은 당대 범죄학자, 법학자, 언론들의 시선을 따라 잭 더 리퍼의 객관적인 사실에 집중함으로써 기본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세기말에서 20세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영국의 잭 더 리퍼처럼 미국에서도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름하여 리지 보든 사건이다. 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도끼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리지라는 젊은 여성이 재판을 받았고, 이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리지 보든 사건을 조명하여 범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에드먼드 피어슨이 쓴 「잭 더 리퍼」가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이어서 《더 타임즈》, 《런던 타임즈》 등의 당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잭 더 리퍼 사건의 추이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뛰어난 국제법학자였던 에드윈 보차드의 「31호실 열쇠, “프랑스인” 아미르 벤 알리」는 잭 더 리퍼의 검거가 답보 상태에 빠지고 여론에 쫓기던 사법 기관이 무고한 사람들을 어떻게 범인으로 몰고 누명을 씌우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이 연쇄살인범이 일으킨 또 다른 사회문제의 단면을 접하게 한다.
2권 “단편집” 편은 1권의 팩트를 바탕으로 잭 더 리퍼가 어떤 문화적 변주를 거쳐 영화, 뮤지컬, 문학 등으로 수용됐는지 그 일례를 문학에서 찾는다. 즉 잭 더 리퍼에게 받은 영감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생산한 단편 8편을 수록한다.
런던 출생의 영국 작가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필명으로 소설을 썼다. 증권 중개 사무소에서 일하기도 했고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 BBC 방송국의 스탭으로 일하는 등 경력이 다채로웠지만 시종일관 작가로서의 꿈을 추구했다. 1943년 본명으로 발표한 심리 스릴서 『볼링 씨 신문을 사다Mr. Bowling Buys a Newspaper』가 영국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범죄자의 시점을 취하고 있는 독특한 작품으로 종전 직후에 비슷한 형태의 두 번째 소설 『살인에 안녕Goodbye to Murder“을 발표했다. 작가로서 명성과 성공의 가도에 오른 그를 갑자기 막아 세운 것은 1947년 폐암으로 인한 때 이른 죽음이었다. 오랫동안 잊혔던 작가는 최근 영국의 출판사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에서 초창기 사이코패스의 이미지를 잘 살린 『벨벳 느낌의 목소리』를 출간하면서 재조명됐다. 『벨벳 느낌의 목소리A Voice Like Velvet』는 작가 특유의 범죄자 시점을 취한, 잭 더 리퍼 단편 중에서 걸작으로 꼽히는 「알람벨 The Alarm Bell」을 수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