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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전염 상세페이지

행동의 전염작품 소개

<행동의 전염>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인가, 환경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우리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좋은 쪽으로, 하지만 좀더 흔하게는 나쁜 쪽으로 말이다. 좋은 식습관이나 규칙적인 운동처럼 건강을 증진하는 행동은 대개 습득하기가 어렵다. 이런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드러나며, 인간 역시 대다수 동물과 마찬가지로 근시안적 경향성을 띠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즉각적 보상과 처벌은 턱없이 강조하고, 적잖은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나는 보상과 처벌은 지나치게 등한시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지적하는 바는 남들이 하는 일을 설명할 때 흔히 성격이나 인성 같은 내적 요인은 과대평가하고, 외적(즉 상황적) 요인은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경제학자들은 상대적 비교의 역할을 간과한다. 즉 사실상 모든 인식과 평가가 준거 틀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저자는 반복이 효과적인 학습의 중요한 핵심이라면서 몇 가지 표현을 되풀이한다. 그중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집약적으로 담아낸 표현이 “사회적 환경은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이다. 이는 사회심리학과 경제학의 교차 지점에 놓인 행동경제학의 주된 탐구 주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평생에 걸쳐 사회적 행동과 경제적 행동에서의 경쟁과 협력에 주목해 연구해온 행동경제학자로서 이른바 ‘행동 전염’ 개념을 통해 그와 관련한 현상을 개괄적으로 조망한다(2부). 3부에서는 흡연, 비만, 문제적 음주, 성 문화, 상호 상쇄적인 낭비적 소비, 에너지 집약적 활동 등 행동 전염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4부에서는 행동 전염 논의의 통찰을 반영한 공공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개인에게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좀더 지원적인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자고 촉구한다. 여기서 저자의 핵심 논리는 과세 제도가 규제 제도보다 지시적이거나 계몽적인 성격은 덜하고 효과는 더 낫다는 것이다. 즉 현재 세수의 대부분을 조달하는 소득세나 지급 급여세처럼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과세는 줄이고, 흡연이나 설탕 든 탄산음료 소비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과세는 늘리는 식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연구 검토와 개인적 경험, 풍부한 사례 등을 통해 행동 전염의 효과를 설득하고, 당면한 문제와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뜻깊은 책이다.


출판사 서평

사회적으로 이로운 밈의 장려와 해로운 밈의 저지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바는, 강력하고도 합법적인 공공 정책을 입안할 때 사회적으로 이로운 밈은 장려하고 해로운 밈은 저지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받아들이고 어떤 행동을 모방할지에 대한 결정이 오로지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도 국민을 과잉보호하는 오웰류의 국가에서 살고 싶지 않을 것이기에 이런 견해의 밑바탕에 깔린 감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저자는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 사회적 힘을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집단적으로 통제하는 정책이 왜 우리에게 이로운지 설명하고, 그러한 정책을 실시하는 데 실패하면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현재 가장 큰 생존 위협으로 기후 위기를 꼽는다. 2018년 10월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4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파괴적 수준으로까지 상승하리라고 보고했다. 여러 기후 모델의 예측치는 악명 높을 정도로 부정확하다. 따라서 지구 기온은 예측치보다 덜 상승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보다 상당히 높게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기온이 섭씨 1도만 올라갔음에도 이미 인류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규모의 홍수·가뭄·화재 등이 빈발하고 있다. 만약 기온 상승이 IPCC의 예측치에 근접한다면 수억 명이 목숨을 잃을 테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부(富)의 상당 부분이 파괴될 것이다.

이러한 위협에 대한 반응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미국에서는 그린 뉴딜 지지자들이 기후 변화와 경제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하는 광범위한 법률 어젠다를 제안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면 두 영역 모두에서 실패하기 십상이라며 반대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린 뉴딜 지자들의 편에 선다. 심리학자들이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성이라고 정의한 ‘행동 전염’의 위력을 좀더 깊이 이해한다면 그린 뉴딜이 상당히 타당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영향을 주고받는 사례 가운데 가장 고비용인 것은 지극히 낭비적인 개인의 소비 의사 결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자동차를 몰면 위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차를 산다. 하지만 모두가 더 무거운 차를 구매하면 모든 사람의 상해와 사망 위험은 내려가는 게 아니라 외려 올라간다. 전염이 어떻게 이러한 소비 패턴을 강화하는지 이해하면 연간 수조 달러를 탄소 프리 에너지원의 지원에 투자하는 정책을 모색할 수 있다. 하나같이 아무에게도 고통스러운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정책이다. 그와 동일한 정책은 경제 불평등을 낮추고 좋은 일자리의 창출을 촉발한다.

흡연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

어떤 사람이 흡연을 하게 될지 말지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표는 담배 피우는 친한 친구의 수가 몇이나 되느냐다. 누군가가 흡연자가 되면 그의 친구들은 모두 자신의 동료 집단에 흡연자가 한 사람 더 늘어나는 셈이다. 따라서 그 집단의 구성원은 모두 흡연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흡연 습관을 들인 이들은 다시 동료 집단 구성원 모두의 흡연 가능성을 그만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된다.

물론 이런 식으로 동료에 의해 좌우되는 사람이 강압적으로 흡연 습관을 들인 것은 아니다. 그들은 ‘행위 주체성’을 가지며, 실제로 그런 압박을 이겨내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친구 집단에서 흡연자가 한 명 늘어나면 거의 확실하게 그 집단에 속한 또 다른 한 사람이 흡연자가 되거나 계속해서 흡연자로 남게 된다.

흡연을 비롯한 비만, 문제적 음주 등 공중보건 영역에서 행동 전염은 강력한 역할을 한다. 7장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들을 소개하는데, 그 결과들은 개인이 그러한 문제에 이르는 행동을 바꾸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한 행동은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맥락과 평가 간의 관련성

맥락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인간의 결정이 평가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고, 그 판단은 다시 그것을 둘러싼 맥락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맥락은 거리 같은 일상적인 물리량에 대한 우리의 판단에도 영향을 끼친다. 만약 자동차로 여섯 살배기 딸과 부모님 댁을 가는 중인데, 딸이 “거의 다 왔어요?”라고 묻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동 거리가 20킬로미터인데 15킬로미터 정도 남았다면 아마 “아니, 아직 멀었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200킬로미터인데 똑같이 15킬로미터 남았다면 “응, 거의 다 왔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맥락과 평가 간의 관련성은 행동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그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공공 정책에 관한 수많은 논의에서 거의 완벽할 정도로 무시된다. 대체로 그것은 대다수 정책 관련 논의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전통적 경제 모델에서 맥락이 인간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솔로몬 애시의 피험자(28~29쪽)가 자신의 감각이 말해주는 분명한 증거를 기꺼이 무시한 결과를 연상케 하는 행위와 관련해, 경제학자 대부분은 사람들의 구매는 남들이 무엇을 사느냐와 완전 별개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맥락은 분명 그것이 거리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자동차 구매자는 성능이 우수한 자동차를 사고 싶어 한다. 하지만 1950년에 대다수 운전자들이 액셀의 힘이 좋다고 여기던 자동차가 오늘날의 운전자에게는 굼뜬 차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와 비슷하게, 어떤 특정 규모의 집은 같은 지역 환경의 다른 집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클 때 충분히 크다고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효과적인 면접용 정장이란 그저 동일 직종에 지원한 다른 지원자들이 입은 것과 비교해서 더 나은 정장일 따름이다.


안전과 유행(헬멧을 의무화하기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향)

맥락은 안전에 관한 결정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여기서 아들의 자전거 사고를 예로 든다. 그의 아들 중 하나인 크리스는 열네 살 때 심각한 자전거 사고를 당했다. 아들을 치료한 응급실 의사는 만약 크리스가 헬멧을 쓰지 않았다면, 부러진 쇄골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조처가 아니라 장례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저자가 무진 애를 썼음에도 크리스의 형들에게 자전거 헬멧을 쓰도록 만들지는 못했다. 다른 애들도 헬멧을 쓰지 않는다며 따져 물었다. 결국 뉴욕시 의회가 18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은 반드시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도록 법을 제정했고, 그 덕에 크리스가 현재 살아 있다고 말한다.
자전거 헬멧과 관련한 또 다른 예는 프랑스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 함께 일한 한 동료와 관련한 것이다. 그 동료는 교통 체증이 심한 파리의 도심을 뚫고 45분 걸리는 거리를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도 헬멧을 쓰지 않았다. 유행 때문에 헬멧을 안 쓰는 거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몹시 불쾌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구자 중 유행에 가장 둔감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몇 주 뒤, 그녀는 주말에 백화점에서 자전거용 헬멧을 몇 개 써봤는데 거울에 비친 본인 모습을 보고 자신이 헬멧 쓴 모습을 남들한테 드러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분명하게 이해한 대로(31~32쪽), 유행은 스스로 전혀 민감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헬멧을 쓰는 것이 유행에 맞느냐 아니냐는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착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자전거를 타는 어떤 사람이 헬멧을 쓰지 않으면 그는 (너무 미미해서 지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헬멧 착용이 유행에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따라서 그의 선택은 스스로에게 잠재적 해를 끼칠 뿐 아니라 그에게 영향받는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데도 얼마간 기여한다.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그의 개인적 ‘비용-편익’ 분석은 헬멧 없이 자전거 타는 일이 매력적이라고 오해하게 만든다.

따라서 가장 직접적인 구제책은 헬멧을 의무화하는 게 아니라 헬멧 없이 자전거 타는 일을 덜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모든 인지적 착각의 어머니

저자가 중요하게 다루는 다른 하나는 “모든 인지적 착각의 어머니(mother of all cognitive illusions)”라는 문구다. 저자는 이 문구를 써서 수많은 부유한 유권자들이 견지하는 믿음, 즉 최고 세율을 더 높이면 본인에게 고통스러운 희생이 뒤따른다는 믿음에 대해 설명한다. 이 믿음은 명백하게 잘못되었다. 부자들도 순순히 인정하듯 그들은 사람들이 합리적 수준에서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 세금이 올라가도 부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특우량 제품을 구매하는 능력에 손상을 입지 않는다.
부자들은 세금이 올라가면 ‘절대적’ 의미에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높은 세금이 본인에게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경험한 거의 모든 소득 감소는 남들의 소득은 변하지 않는데 본인의 소득만 줄어들 때에 한한다. 이를테면 사업 파탄, 가옥 화재, 건강상 위기, 혹은 이혼 따위를 경험할 때 벌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자들 모두가 높은 세금을 내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360도 뷰의 한 개 층을 독차지한 전망 좋은 아파트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사람들 수중에 돌아간다.

‘모든 인지적 착각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높은 세금에 대한 부자들의 반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인지적 착각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이 특정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근본 문제는 아주 간단하다. 행동 전염의 위력을 깊이 이해하면 ‘모든 인지적 착각의 어머니’를 확실하게 떨쳐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간단한 사고 실험을 예로 든다.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세상 A와 그렇지 않은 세상 B, 이렇게 2개의 세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세금이 높은 세상 A에서 가장 부유한 운전자들은 세금이 낮은 세상 B에서 부유한 운전자들이 선택하는 차량인 33만 3000달러짜리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가 아니라 15만 달러 하는 포르쉐 911 터보를 구입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하찮은 그 포르쉐에는 물리적으로 핸들링과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설계상의 특성이 총망라되어 있기에 두 차량의 절대적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두 경우에서 운전자들은 최상의 자동차를 몬다는 동일한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다. 이용 가능한 증거에 따르면, 두 세상의 다른 모든 특성이 정확하게 동일함에도 이 두 환경의 부유한 운전자들 간에는 그 어떤 측정 가능한 정도의 행복 차이도 감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특성은 동일하지 않다. 두 세상의 정부가 모두 더없이 낭비적이라 하더라도, 세금이 높은 세상 A에서는 추가적인 세수의 적어도 일부분이 도로의 유지 보수 같은 공공 투자에 쓰일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30센티미터 깊이의 포트홀이 군데군데 파여 있는 도로에서 33만 3000달러짜리 페라리를 모는 사람과 잘 관리된 도로에서 15만 달러 하는 포르쉐를 모는 사람 가운데 누가 더 행복할까?”

시시한 질문이다. 정신이 똑바로 박힌 운전자라면 아무도 좋은 여건의 도로에서 포르쉐를 모는 것보다 엉터리 도로에서 페라리를 모는 편을 선호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모든 인지적 착각의 어머니’는 사회가 어느 누구에게도 고통스러운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추가적인 공공 투자의 결실을 누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


행동 전염, 때로는 극적인 변화를 불러오기도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완강하고 비타협적인 세력이 여전히 버티고 있음에도, 때로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미국에서 성인 인구의 흡연자 비율이 단 몇십 년 만에 60퍼센트 넘게 떨어졌으며, 동성 간 결혼에 대한 태도는 그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했다. 또 정치적 소요의 가시적 기미도 거의 없이 수십 년을 보낸 옛 소련 회원국 정부들은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이러한 사건들 각각에서, 그 변화를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힘은 바로 ‘행동 전염’이다. 흡연의 경우, 새로운 세금과 규제가 최초 교란자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힘은 역시 행동 전염이다. 즉 한 사람의 흡연자가 금연을 택하면, 그의 동료 집단에 속한 또 다른 한 사람도 담배를 끊거나 아니면 흡연을 삼가게 될 거라는 말이다. 동성 간 결혼은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언론인 앤드루 설리번의 설득력 있는 주장은 그 주제에 대한 전국 차원의 대화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여론의 급격한 변화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다름 아닌 행동 전염이다. 즉 몇몇 사람이 공개적으로 마음을 바꾸었다고 밝히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좀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식이다.


행동 전염과 기후 변화

우리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게 되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우리와 비슷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느냐이다. 이웃이 지붕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면 우리 역시 그렇게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들이 플러그인 전기 자동차를 구매하면, 우리 역시 그것을 고려해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그리고 동료들이 환경적 관심에 따른 반응으로 식생활을 바꾸면 우리 역시 그들을 모방할 가능성이 훨씬 많아진다.

따라서 행동 전염이 우리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면, 개인들로 하여금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도록 독려하는 정책의 효율성을 우리가 얼마나 과소평가해왔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행동 외부성은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에 개인의 에너지 사용을 직접적으로 바꿔주는 정책은 어떤 것이든 그 직접적 효과를 뛰어넘는, 흔히 상당 배수의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다.
개인의 소비 결정만으로는 온난화 위협을 저지할 가망이 거의 없으므로 공공 정책의 대담한 변화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의식적 소비도 정책 전선의 진보를 촉진할 수 있다.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는 행위, 전기 자동차를 구입하는 행위, 혹은 좀더 기후 친화적 식이법을 선택하는 행위는 비단 다른 사람이 그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도록 만들 가능성만 키워주는 게 아니다. 그 행위자의 기후 변화 옹호론자로서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해주기도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그 행위자가 강력한 기후 관련 입법에 찬성하는 후보들을 지지하고, 그들이 당선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이웃을 설득하러 나서도록 이끈다.


경제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 극복
행동 전염의 힘을 더욱 깊이 인식하면 가장 시급한 두 가지 당면 과제, 즉 경제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정치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린 뉴딜 지지자들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하면 현재의 교착 상태를 뚫고 나가기 위한 폭넓은 정치 연합체를 꾸리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자들은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는 것은 너무 감당하기 벅차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에 두 영역 다에서 실패할 게 뻔하다며 반박한다. 하지만 불평등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필요한 누진세가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부유한 유권자에게 고통스러운 희생을 요구한다고 가정하는 이러한 비판은 ‘모든 인지적 착각의 어머니’를 간과하고 있다. 즉 정치 지도자들이 유권자에게 높은 최고 세율을 부과해도 입찰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는 부자들의 상대적 능력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해준다면, 유권자 대다수는 아무런 실질적 희생도 따르지 않음을 이해할 것이다.

한마디로 양면전이 올바른 길이다. 경제 불평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완화해주는 바로 그런 정책들이 동시에 탄소 중립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비용을 줄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 말미에 행동 전염의 정책적 함의에 대해 들려주면서, 자신의 제언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채택하기란 어려울 거라며 회의감을 드러낸다. “1985년 1월 나의 두 번째 책 《올바른 연못을 고르는 법: 인간 행동과 지위 추구》를 출간했을 때, 나는 의회가 누진 소비세를 비롯해 내가 권고한 정책 가운데 몇 가지를 그해가 가기 전에 법제화할 수도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그 정책들 가운데 단 한 가지도 채택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당연히 나는 그러한 기대가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를 고통스럽게 깨달았다. ……몇 권의 책을 내고 나서 그때마다 내가 다시 책을 써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므로 이 책은 그 전보다 내 마지막 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또한 나는 설사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가 내 권고들이 타당하다는 것을 전적으로 확신한다 해도, 그들의 수가 너무 적어서 내가 가장 중시하는 정책 논의에 식별 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숱한 시도와 좌절을 거치긴 했지만 끝내 채택되기에 이른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진척을 보인 ‘동성 간 결혼’ 합법화 사례를 들면서, 행동 전염이 대단히 논쟁적인 정책적 제안들에서도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위력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요컨대 행동 전염은 주로는 나쁜 쪽으로 그러나 더러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공공 정책이 그 영향의 물꼬를 좋은 쪽으로 틀고자 노력한다면 모두에게 이로운 사회적 환경이 창출될 거라는 말이다.


저자 프로필

로버트 H. 프랭크 Robert H. Frank

  • 학력 버클리대 경제학 박사
    버클리대 통계학 석사
    조지아 공과대학 학사
  • 경력 코넬대 경영대학원 헨리에타 존슨 루이스 경제학 석좌 교수

2018.07.24.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로버트 H. 프랭크(Robert H. Frank)
코넬 대학교 존슨 경영대학원(Johnson Graduate School of Management)의 헨리에타 존슨 루이스(Henrietta Johnson Louis) 경제학 교수이다.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며,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통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시대 최고의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논문 다수가 주요 경제학 학술지에 실렸다. 10년 넘게 〈뉴욕타임스〉 ‘이코노믹 뷰(Economic View)’를 썼으며, 그 밖에 〈가디언(Guardian)〉 〈보스턴 리뷰(Boston Review)〉 〈USA 투데이(USA Today)〉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해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Ben Bernanke)와 함께 쓴 《경제학(Principles of Economics)》 《미시경제학(Principles of Microeconomics)》 등을 위시해 수많은 책을 집필했다. 대표작은 《승자독식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공저), 《이코노믹 씽킹(The Economic Naturalist)》, 《사치 열병: 과잉 시대의 돈과 행복(Luxury Fever: Money and Happiness in an Era of Excess)》,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행운, 그리고 실력주의라는 신화(Success and Luck: Good Fortune and the Myth of Meritocracy)》 등이다. 현재 뉴욕주 이타카(Ithaca)에서 살고 있다. Twitter@econnaturalist

옮긴이 김홍옥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와 같은 대학 교육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광양제철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우리교육·삼인 출판사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대혼란의 시대》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 《노키아의 변신》 《AI 시대의 고등교육》 《빅 치킨》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바다의 늑대》 《잃어버린 숲》 《바다의 가장자리》 《우리를 둘러싼 바다》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경이로운 반딧불이의 세계》 《곤충의 통찰력》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 《화폐의 신》 《아나키즘》 《경제성장과 환경 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 《우리의 지구,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 《교사 역할 훈련》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1부 도입
01 논쟁의 개요

2부 행동 전염의 기원
02 맥락이 인지에 미치는 영향
03 동조 욕구

3부 행동 전염의 사례
04 행동 전염의 역학
05 성 혁명 재고
06 신뢰
07 흡연, 식생활 그리고 음주
08 소비의 폭포 효과
09 기후 위기

4부 행동 전염의 정책적 함의
10 규제자는 행동 전염을 무시해야 하는가
11 좀더 지원적인 환경 조성하기
12 모든 인지적 착각의 어머니
13 그저 질문하라, 말하지 말고

맺음말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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