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 ‘인간 속의 자연’이 되었다. 이미 물은 인간의 상품이 되었고, 곧 공기와 햇빛마저도 인간의 상품이 될 것 같다. 인간 속의 자연은 오염되고 훼손되어 끝내 파괴되고 만다. 이처럼 ‘인간 속의 인간’도 3대 욕망으로 길들이고 지배하게 된다.
여기에 수록된 동화소설들은 아동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읽히기를 바라는 작품으로 ‘인간 속의 자연’과 ‘인간 속의 인간’을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품인 「돌고래는 쇼를 싫어한다」는 바다가 고향인 돌고래를 잡아와 좁은 수족관에서 죽은 먹이로 혹독한 훈련을 시켜 쇼를 하게 하는 이야기로 인간의 욕심에 자유와 생명까지 잃어가는 돌고래들의 삶을 고발한다. 「생명의 노래」는 농약 때문에 시골에서 도시로 쫓겨온 참매미들이 아이들의 채집과 어른들의 살충제로 목숨을 잃는 수난을 피해 다시 시골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환경오염과 생명경시를 비판한다. 「머리와 가슴」은 말로는 자연보호를 외치면서 행동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 심리의 양면성을 폭로한다. 「푸석돌의 꿈」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바위가 부서져 모래알이 되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꿈을 잃어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물돌이의 모험」은 자연현상에 따라 물이 흘러가면서도 환경오염을 정화시키는 물의 본성을 통해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 「꽃이 없는 꽃밭」은 자연파괴는 물론이고 생명까지 경시하는 위정자의 야망을 고발한다. 「청솔마을의 황금」은 한 마을의 황금을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과 다툼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통찰한다. 「흙을 먹는 아이」는 가난하고 약한 친구를 놀리는 아이들이 잘못을 깨닫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희망한다. 「둔치도의 비밀」은 불법으로 철새를 포획하는 마을의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로 자연파괴와 생명경시를 고발한다. 「창문이 없는 집」은 무분별한 아파트 건설로 자연환경이 파괴되듯이 유적지처럼 잊혀지는 삶의 진실을 관조한다. 이 전자책은 부산광역시와 부산문화재단의 2020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되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1년 세종도서 상반기 교양부문’ 선정작이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제작지원금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기획·편집의 변
‘동화소설’은 동화 같은 소설을 말한다. 이어령 선생은 저서 <젊음의 탄생>에서 '동화소설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는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합니다.'(<젊음의 탄생> 89쪽)라고 적었다. 『모모』를 동화가 아니라 동화소설이라고 이름붙인 것이다. 동화소설이란 소재는 동화적이지만 주제는 소설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모모』의 주인공은 아이이지만 책의 내용은 깊이가 있고 주제의식이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시각에서 읽고, 어른들은 어른들의 시각에서 읽으면 되는 것이다. 잘 알려진 동화소설로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알퐁스도데의 『꼬마철학자』, 『별』, J.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알렉산더 닐의 『서머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조반니 과레스키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등을 들 수 있겠다. 이외에도 조나단의 『갈매기』,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등을 있는데, 동화소설은 그 내용이 동화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시대적인 상황을 풍자적으로 은유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작가의 메시지를 읽게 한다. 류석환 작가의 동화소설 『돌고래는 쇼를 싫어한다』에는 10편의 작품이 들어 있다. 이 작품집은 <싫어한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집이다. 돌고래나 이 책에 실린 주인공들을 인간이나 또 다른 대상에 비유하여 읽는다면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할 것이며, 그동안의 읽기 태도나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어 나올 <싫어한다 시리즈>의 작품들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 오창헌 (시인ㆍ푸른고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