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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상세페이지

소설 한국소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소장종이책 정가14,000
전자책 정가30%9,800
판매가9,800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표지 이미지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작품 소개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그는 그날 잠에서 내렸을까
아니면 여전히 잠 속에 있을까“
시인 강성은의 낯설고도 아름다운 첫 소설
위안과 안심과 단잠의 세계로 이끄는 매혹적인 이야기들

네권의 시집을 출간한 데 이어 2018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시인으로서의 입지와 독자층을 단단히 다져온 작가 강성은이 놀랍고도 반가운 첫 소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를 펴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두번째 작품이다.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과 몽환적 분위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 그려낸 열네편의 이야기들은 긴 시처럼 동시에 짧은 소설처럼 이어진다. 소설은 현실과 꿈의 경계가 혼재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다. 인물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한없이 기다리거나, 목적지를 잃고 계속해서 잠에 빠지고, 어느 날 불현듯 사라지는가 하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건물에서 헤매거나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랑하는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다. 소설은 단지 꿈속에 머물지 않고 자꾸만 현실로 되돌아오며 또한 다시금 비현실로 향하는데, 이 모든 꿈결 같은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나아가는 삶”(발문 김나영)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소설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명히 펼쳐내, 마치 누군가의 꿈과 잠의 세계로 들어가 걷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는 삶 속에
꿈으로, 꿈이 아닌 것으로 존재하기

강성은의 소설은 낯설고 아름다운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장면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어두운 밤 인적이 드문 교외의 버스 정류장, 두 여자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뒤, 한 발엔 슬리퍼 다른 발엔 구두를 신은 여자가 황급히 달려와 막차가 끊겼는지 묻는다. 세 여자는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 그중 모자를 쓴 여자는 실은 자기가 버스 기사라고 말한다. 잠시 세워둔 버스를 잃어버려 기다리고 있다고(「버스 정류장」). 소설에서 사라지고 달아나는 것은 버스뿐만이 아니다. 잠든 아이를 곁에 두고 문득 창문을 바라봤을 때, 아이는 어느새 나무 위에 올라가 언젠가 잃어버렸던 고양이와 함께 있다(「나무 위에 있어요」). 마을 입구에 주인 없이 놓여 있던 의자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사라지고(「의자 도둑」), 어젯밤 들어온 기억이 분명한 건물의 출구는 다음 날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출구를 찾아 끝없이 계단을 걷고 걷게 될 뿐이다(「계단」). 피아노 소리가 울려오는 아랫집에 찾아가 샅샅이 뒤졌지만 피아노는 끝내 보이지 않고, 집으로 되돌아오면 피아노 소리가 다시 퍼진다(「공동주택」). 냉장고가 없어졌다고 하소연을 해보고(「사라진다는 것」) 언젠가 벽이 되었던 적이 있다고 고백해보아도 끝내 타인의 믿음을 얻을 수는 없다(「겨울 오후 빛」). 아이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신발만이 남아 있고 대신 발견된 것은 실종된 아이들의 수에 꼭 맞는 노인들의 시체이다. 실종 아이들을 찾고 노인들의 시체를 수습하던 파출소에는 전화가 걸려온다. 버스를 잃어버렸고 의자가 없어졌다고(「전화벨이 울렸다」).
이 모든 이야기는 현실인가, 비현실인가. 꿈속의 이야기일까, 꿈밖의 이야기일까. 강성은의 소설에서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꿈속과 꿈밖을 나누는 일은 무의미하다. 두 세계는 서로 섞이고 스치며 동시에 존재한다. 현실을 사는 인물은 동시에 비현실을 살게 된다. 달리 말할 수도 있다. 현실에서 죽은 인물은 비현실에서는 살아갈 수 있다. 반대도 가능하다. 꿈속에서 잠든 인물은 꿈밖에서 깨어 있고, 깨어 있을 때 잃어버린 것은 잠들어 있을 때 되찾을 수 있다. 소설은 “지금 여기의 우리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영영 알 수 없더라도 어느 때 어느 곳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게 있다고 믿어보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질문하게 한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가. 현실이라고 굳게 믿어 왔던 것들은 해체되고 비현실이라고 여겼던 것들은 현실처럼 생생히 눈앞에 있다. 과연 이것은 소설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 강성은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문득 이 모든 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실은 우리 삶을 이루는 “크고 작은 부분들”임을 깨닫게 된다. “현실의 엄연함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누구도 그 자신이 처한 그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정”(발문)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각자의 삶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은 잊을 테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영원히 남을 수도 있죠”

소설 속 인물들은 당혹스러운 삶의 장면을 앞에 두고 묻는다. “이거 혹시 꿈일까요? 아까부터 계속 꿈을 꾸는 기분이에요”(「전화벨이 울렸다」) “정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겨울 이야기」) “사라지는 건 죽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사라지는 것」) 그러면서도 이내 “이런 밤이 처음이 아닌 것 같”다고 “반복되는 꿈속에 있는 것”(「겨울 이야기」) 같다고 말한다. 이들의 대화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우리의 입을 통해서도 같은 말이 자주 반복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느꼈던 당혹스러움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다. 삶은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으로 흐르고, 우리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뉴스를 들으면서도 연말을 기념하는 케이크를 사러 가기도 한다(「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강성은이 꿈처럼 펼쳐놓는 이 아름답고 이상한 이야기들은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나아가는” 우리의 삶을 말하는 또하나의 방식이다.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작은 기척으로, 아주 미세한 틈 사이로 지나간 삶의 어떤 장면들을 “되돌려 주목하고 기억”한다. 그 장면 속에서 잊혔을 존재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돌려준다.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그 목소리를 들을 누군가에게 “지금 여기의 우리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영영 알 수 없더라도 어느 때 어느 곳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게 있다”는 믿음을 전해준다. 그 믿음은 “위안과 안심과 깊은 잠의 세계”(발문)로 빛을 비추고, 그리하여 도달할 강성은의 꿈과 잠의 세계는 따스하여 현실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의 어깨를 토닥일 수도 있을 것이다. “믿을 수 없이 지나”가고 “지나가지 않는”(작가의 말) 소설 속 인물들의 시간을 함께 통과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시간 역시 믿을 수 없이 지나가고 지나가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고, 그 깨달음에서 오는 작은 위로를 얻을 수도 있겠다.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아이를 깨울까 하다가 미정은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진서는 무얼 더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것들은 또 얼마나 될까. 아이가 계속해서 자란다는 사실이 무서워졌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는데 나무 위에서 누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홀린 듯 미정이 다가가 창밖을 보니 나무 위에 진서와 토토가 앉아 있었다. 미정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진서를 향해 손을 뻗자 유리가 미정의 손을 막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나무 위에 있어요」 27~28면)

나는 냉장고가 사라진 적도 있어.
냉장고?
9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사라진 게 아니라 누가 훔쳐간 거 아닐까?
(…)
이상한 일이네.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5가 얘기하자 1과 7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럴 줄 알았어.
9는 시무룩한 표정이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대꾸했다.(「사라진다는 것」 51~52면)

아침에 눈을 떠보니 방의 위치가 조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벽에 붙어 있는 줄 알았는데 몸이 그대로 벽이 되었더라고요. 처음엔 놀라 어어어, 했죠. 당황스러워서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비명이라도 질러야 되는지, 도와주세요,가 나을지 살려주세요,가 나을지 생각하다가 둘 다 외쳤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서 헬프 미,라고도 외쳐봤지만 역시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옥탑방에 혼자 살아서 아무도 제 소리를 들을 수 없거든요. 어쩌면 벽이 되었기 때문에 내 목소리가 밖에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꿈에서 깨거나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독히도 느리게 지나가더군요. 이게 꿈이라면 너무 길고 지루해서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겨울 오후 빛」 68~69면)

저 원래 아무 데서나 잠드는 사람 아니에요.
보리씨는 좀 억울한 표정이었다.
미래씨의 목소리가 저에겐 수면제인 거죠. 얼굴을 보는 것만으론 아니에요. 전화하다가도 잠드니까. 과학적으로는 규명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분명 주파수나 초음파 비슷한, 현재의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그러니까 제 목소리가 수면제라구요.
네, 맞아요.
나는 웃음이 나왔지만 애써 참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보리씨가 저를 만나기 전엔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는 거죠?
네, 잠이 오는 건 미래씨 때문이에요.
보리씨, 잠이 온다는 말 재미있지 않아요? 내가 자고 싶다고 맘대로 자는 게 아니고 잠이 나한테 와야 잘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렇네요. 잠이 올 수도 있고 갈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잠수교가 잠기는 날에는」 100~101면)

옆자리의 사람은 알 수 없는 낮은 소리로 몇마디 잠꼬대를 했다. 무서운 꿈이라도 꾸는지 몸을 뒤척이며 짧은 신음소리도 냈다. 무서운 꿈속에서 그를 구해주어야 할까. 흔들어 깨울까. 여자가 망설이는 사이 모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곤히 잠든 사람의 얼굴.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의 감은 눈과 코와 입과 뺨은 여기가 아닌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멀어 보였다. 여자는 떨어진 모자를 주워 자신의 얼굴에 덮었다. 아주 깊은 잠을, 아주 오랜 잠을 잘 것이다.(「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153~154면)


추천사

이야기는 언제나 현재를 지속하는 힘 혹은 믿음과 그것을 의심하는 마음의 사이에서 겨우 쓰이고 읽힌다. 이야기는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다르지 않음을 증명하는 새로운 자리를 열어 보여주고, 믿음과 의심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 하나가 다른 하나를 극복함으로써만 가능한 힘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강성은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이러함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해준다. 별것 아닌 듯한 말들 가운데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흔들어놓는 말들이 끼어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말은 누군가의 불면을 통해 쓰이고 다른 누군가의 깊은 잠과 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또한 말이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세계의 내가 울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내가 대신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이야기들이 우리를 어떤 위안과 안심과 깊은 잠의 세계로 안내한다면 그것은 강성은의 이야기가 어떤 불안과 슬픔과 불면의 밤에 거듭 쓰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나영 문학평론가


저자 프로필

강성은

  • 출생 1973년
  • 데뷔 2005년 문학동네 신인상

2021.05.21.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대학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지금은 그림책을 만들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쓴 책으로 『별이 우리에게 남긴 것』, 『크림빵이 늘었다 줄었다』, 『사라진 문』,『최고의 모델』, 『무지개 눈물』, 『우리 할아버지는 북촌 뻥쟁이』 등이 있어요.


저자 소개

강성은 姜聖恩
2005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가 있다. 2015년 『더 멀리』에 단편소설을 발표한 후 느리게 소설을 쓰고 있다.

목차

버스 정류장
나무 위에 있어요
의자 도둑
겨울 이야기
사라진다는 것
공동주택
겨울 오후 빛
계단
덤불이 있던 언덕
잠수교가 잠기는 날에는
울지 마세요
구멍
전화벨이 울렸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발문 | 김나영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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