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인”은 근거가 없지만 사실처럼 회자되는 사건이나 그 이야기(Urban Legend)에 속한다. 도시괴담 또는 현대 민담의 하나로 다양한 창작의 모티브가 되어 왔는데, 파리 세계박람회 기간 동안 한 여인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 단편 「사라진 여인」도 그중에 하나로 역병(페스트)을 핵심 동기로 끌어들인다.
<책 속에서>
내가 이 이야기를 들은 것은 수년 전으로, 파리 경찰 산하 1급 기밀 기록보관소에 있는 실제 문서의 내용이라고 했다. 세계 박람회 기간 동안 감쪽같이 사라진 한 여인에 관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에 뉴욕의 보행로에서 사라진 도로시 아놀드의 사례처럼 완전하고도 불가해한 실종 말이다.(사교계 명사이자 부유한 집안 상속녀였던 도로시 아놀드는 1910년 25세에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함―옮긴이)
내가 처음 들었던 이 이야기는 한 영국인 여성과 그녀의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17살가량의 딸이 마르세유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어머니는 인도 주둔 영국군 장교였던 남편과 사별한 쇠약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뭄바이를 떠나 마르세유에 막 도착한 이들 모녀는 고국으로 가는 길이었다. 속히 파리에 들러 남편의 부동산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경로를 바꾸어 마르세유 증기선에 올랐다. 그 다음 곧장 파리로 가서 변호사들을 만나 일을 마무리한 뒤 영국해협을 건너 고향인 워릭셔에 영구히 정착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