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낳은 대시인, 예이츠가 풀어내는 요정과 유령들의 세계. 그 일면을 즐길 수 있는 단편들을 골랐다. 민속에서 민족정신을 탐색했던 시인의 방대한 정신세계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초자연적인 세계와 오컬트를 아우른 산문의 일부나마 소개하려고 한다. 「납치자들」은 요정들이 출몰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인간이 납치되는 사례들을 몇 가지 일화로 전하고 있다. <책 속에서> 해거름에 한 젊은이가 자신의 새신부가 있는 집으로 가다가 한 흥겨운 무리와 마주쳤는데, 그들 속에 그의 새신부가 있었다. 그들은 요정 무리였고, 그 신부를 납치해서 자기들 우두머리의 아내로 만들려고 했다. 젊은이가 보기에 그들은 그저 흥에 겨운 일행 같았다. 연인을 본 새신부는 반색을 했지만 그가 요정의 음식을 먹고 마법에 걸려 지상을 벗어나 창백하고 어둑한 세계로 갈까 봐 너무도 무서웠다. 이런 까닭에 신부는 그를 앉히고 일행 셋과 카드놀이를 하게 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카드놀이를 하다가 자신의 새신부가 무리의 우두머리에게 안겨서 가는 것을 보았다. 벌떡 일어선 그는 그 무리가 요정들인 걸 알게 됐다. 그 신명난 무리 모두가 서서히 그림자와 밤 속으로 녹아서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그는 서둘러 연인의 집으로 갔다. 집이 가까워지자 곡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도착하기 얼마 전에 신부가 죽었던 것이다. 어느 무명의 게일인 시인이 이것을 지금은 잊힌 민요로 지었고, 머리가 희끗한 내 친구가 이 특이한 시를 기억했다가 내게 노래로 불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