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인 나는 우리 주변에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힘들을 알고 싶어서 어렵사리 마법사를 찾아간다. 현자들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어디에 있든 밝은 존재와 어두운 존재 그리고 그 중간인 어스름한 존재가 있다. 드디어 약속장소에서 회동한 뒤, 두 명의 마법사가 소환 주문으로 불러낸 정령들을 내게 보여주려고 하는데…… <책 속에서> 아일랜드에선 어둠의 힘들에 관한 얘기가 거의 없고, 그런 힘들을 목격한 사람과 만나는 것은 더더욱 드물다. 사람들의 상상력은 환상적이고 변덕스러운 것에 머무는데, 환상과 변덕은 악 또는 선과 결합하게 되면 그 핵심인 자유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자들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그들의 마음속 칸칸이 꿀을 저장하는 밝은 존재들이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어두운 힘들이 있으며 그 중간인 어스름한 존재들도 있어서 그들이 이리저리 스쳐가면서 사람들을 열정적이고 우울한 군중으로 에워싼다고 생각한다. 현자들은 또한 오랜 열망 아니면 태어나면서 우연히 얻게 된 능력으로 그런 존재들의 은둔처를 꿰뚫어 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존재들은 한때 남자였거나 여자로서 지독한 열의로 가득했고 지상에선 살아본 적 없이 미묘한 악의를 품고 천천히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어둠의 힘들은 고목나무의 박쥐처럼 밤이고 낮이고 우리 주변에 들러붙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들에 대해서 더 듣지 못하는 것은 단지 흑마법이 거의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