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한라한(오웬 레드 한라한)은 실존 인물에 착안하여 예이츠가 만들어낸 가상 인물이라고 한다. 단편집 『레드 한라한』과 여러 시에 등장한다. 같은 이름의 단편집에서 첫 번째 수록작이기도 한 「레드 한라한」은 고대 켈트의 축제이자 핼러원의 기원이라는 사윈의 밤에 벌어진 초자연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책 속에서> 노천 학교의 교사로서 키가 크고 건장하며 머리칼이 붉은 젊은이, 한라한이 사윈(Samhain; 1년이 열 달로 이루어진 달력을 사용했던 고대 켈트 족이 한 해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 치른 축제로 핼러윈의 기원이 됨―옮긴이)의 밤에 마을 사람들이 앉아 있던 헛간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살림집이었는데, 집주인인 남자가 개조하여 두 방을 하나로 합치고 이런저런 물건들을 파는 가게로 운영했다. 낡은 난로에서 불이 타올랐고, 촛불이 여러 병에 꽂혀 있었다. 탁자 삼아서 두 개의 통 위에 걸쳐놓은 판자에는 1쿼트(약 1리터) 흑맥주 병이 놓여 있었다. 남자들 대부분이 난롯가에 앉아 있었고, 그중에 한 명이 긴 방랑 노래 그러니까 각자의 지역을 위해 다툼을 벌였던 한 먼스터 남자와 코노트 남자에 관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 청년이 집주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전할 말을 가져왔어요.” 그런데 그 말을 하던 청년이 말을 멈추었다. 바래지 않은 플란넬 셔츠와 바지를 입고 문가에 앉아 있던 한 늙은 산사람이 그를 쳐다보면서 낡은 카드 한 벌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기 때문이다. “신경 쓰지 마.” 집주인이 말했다. “좀 전에 온 외지인이야. 사윈 밤이니까 우리야 저 사람을 반갑게 맞이해 준거지 뭐. 그런데 저 사람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 가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면 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