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그림자의 저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단편이다. 프레더릭 해밀턴 경이 1642년 슬라이고의 수도원을 포함하여 마을 일부를 불태우는데, 구전에 따르면, 이 일로 저주를 받은 그의 부하들이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이 단편에서도 프레더릭 해밀턴 경과 그의 기병대가 수도원을 침탈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총격과 방화로 죽어가는 수도사들, 이때 수도원장이 공격자들에게 저주를 내린다. <책 속에서> 어느 고요한 여름밤, 독실한 프레더릭 해밀턴 경을 필두로 일단의 청교도 기병대가 슬라이고의 가라 호수 인근에 있는 카르멜회 수도원으로 잠입했다. 그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제단을 중심으로 탁발수도사들이 모여 있었다. 성촉(聖燭)의 안정된 불빛 속에서 흰색 수도사복이 희미하게 빛났다. 커다란 청동십자가를 들고 제단의 계단에 서 있는 수도원장을 제외하고, 수도사들은 전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사격!” 프레더릭 해밀턴이 소리쳤다. 그러나 개종자로서 십자가와 성촉을 두려워하는 기병대원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단에서 비추는 성촉의 불빛을 받아 기병대의 그림자가 지붕과 벽에 드리워졌다. 기병대의 움직임을 따라 그림자가 벽의 돌출부와 서판 사이에서 기이하게 춤을 추었다. 잠시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 뒤, 다섯 명으로 구성된 프레더릭 해밀턴의 호위병들이 머스캣 총을 겨누었다. 다섯 명의 탁발 수도사가 총격에 쓰러졌다. 소음과 연기 속에서 제단 불빛의 신비한 기운이 사라지자, 다른 기병대원들도 용기를 내어 근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제단 주변은 유혈이 낭자한 흰색 수도사복의 시체들이 뒹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