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니알라토텝은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지만 그 모습에 대한 정확한 묘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작품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데다,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기 때문인데요. 인간의 모습뿐 아니라, 몬스터, 마법사, 사자(使者), 신 등의 변화무쌍한 이미지로 나타납니다. 러브크래프트 작품 내에서는 그레이트 올드원 계열과의 구분이 모호하지만, 아자토스가 군림하는 외계 신들의 대변자이자 전령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오거스트 덜레스의 크툴루 신화 빌드업과 롤플레잉 게임에 힘입어 가는 곳마다 검은 혼돈과 악몽, 공포를 일으키며 코스믹 호러 씬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는 존재입니다. 다만 러브크래프트보다는 후대 작가들에게 더 많이 중용되고 각광받는 편인데요. 러브크래프트의 동명 단편 「니알라토텝」은 니알라토텝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이자, 작품 자체는 러브크래프트의 특징이 잘 반영된 산문시의 형태입니다. 러브크래프트는 꿈속에서 니알라토텝이라는 이름을 착안했다고 밝혔는데요. 니알라토텝의 가장 많이 알려진 별칭이 “포복하는(기어드는) 혼돈”입니다. 단편 「포복하는 혼돈」은 당연히 니알라토텝을 떠올리게 하지만 정작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위니프리드 버지니아 잭슨은 러브크래프트의 대필 의뢰인 중에서 로맨스 쪽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인물입니다. 대략 1915년부터 1921년까지 창작과 아마추어 저널리즘 등에서 두 작가는 많은 공동 작업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 깊은 감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러브크래프트가 이 매력적인 연상녀한테 호감을 가졌다고 하죠. 위니프리드와 작업한 전작 「초원」과 마찬가지로 「포복하는 혼돈」도 위니프리드의 꿈 얘기를 듣고 러브크래프트 집필한 작품인데요. 「니알라토텝」을 완성한 1920년 11월~12월과 비슷한 시기거나 그 직후에 쓴 것으로 보입니다. 「포복하는 혼돈」이라는 제목과 집필 시기 여기에 러브크래프트의 또 다른 단편 「니알라토텝」 같은 산문시의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니알라토텝의 연작이나 후속작으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좀 차이가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는 포복하는 혼돈이라는 어감이 마음에 들어서 제목으로 정했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을 꿈과 환각뿐 아니라 디스토피아적 미래로 읽을 여지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아편의 쾌락과 고통에 대해 쓴 글은 많다. 토머스 드퀸시(영국의 비평가이자 소설가―옮긴이)의 황홀경과 공포, 보들레르의 『인공낙원』은 이들 작가에게 불후의 명성을 안겨준 기교와 더불어 지금도 읽히고 해석되며, 세상 사람들은 영감에 고취된 몽상가가 빠져드는 그 모호한 왕국의 아름다움과 공포 그리고 미스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이 언급되어 왔듯이, 그 누구도 그 환상의 본질을 사람들에게 누설하거나 마약 사용자가 필연적으로 들어서게 마련인 화려하고 색다른 미증유의 길이 어느 쪽인지 암시조차 하려들지 않는다. 드 퀸시는 흐릿한 그림자들로 가득한 땅, 아시아로 갔다. 아시아의 섬뜩한 고색창연함은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까마득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종족과 명칭들”은 인간의 패기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드 퀸시는 더는 멀리 들어가지 않았다. 더 멀리 간 사람들은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 설령 돌아온다 해도 침묵하거나 완전한 미치광이로 남았다. 나는 한때―전염병이 창궐했고, 의사들이 치료할 수 없는 고통을 완화하고자 하는 방편에서―아편을 사용했다. 나의 주치의가 공포와 과로에 기진맥진해졌을 때, 나는 아편을 과하게 사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진짜 아주 멀리까지 여행했다. 결국에는 돌아와서 이렇게 살아있으나, 나의 밤은 기이한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다시는 의사가 내게 아편을 처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