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끝나고 태어난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인 저자는 어린 시절 가난한 친구와 이웃을 많이 보고 자랐다.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내총생산이 불과 100달러도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기성회비를 내지 못해 학교를 못 다닌 친구, 점심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지 못해 미국 원조로 제공되는 옥수수빵으로 끼니를 때운 친구, 오빠나 남동생의 진학을 위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든 여자 동창 등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열망 또한 엄청난 시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방공·방첩 이야기 못지않게 수출, 도로 건설, 댐 건설, 차관도입 등 가난을 탈피하고자 몸부림치던 사람들의 모습 또한 아직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린 마음에 모두가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경제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많은 세월이 흘러 스스로와의 약속을 과연 얼마나 실천하였는가에 대해서는 회한도 많지만, 경제학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학문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저자는 경제학에 과학적 힘이 있다고 믿는다. 수학과 통계학을 기초로 하여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방법에는 큰 매력이 있다. 그러면서도 늘 인간과 사회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고,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해답을 제시하려는 실천력도 가지고 있는 학문이다. 케인즈는 경제학이 천재의 학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쉽게 대가가 될 수는 없는 학문이라고 평가하면서 그 이유는 정치, 역사, 인문, 과학, 예술 등 다방면에 관심과 상당한 지식뿐 아니라 실천력까지 갖춘 사람에게 적합한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무엇이든 좋을 수만은 없듯이 경제학에도 어두운 면이 있다. 기업을 추상화시켜 분석하기 때문에 현실과의 괴리가 생긴다. 기업을 구체적으로 분석 대상으로 삼는 미시경제학, 산업조직론, 게임이론, 노동경제학 등은 정치화(精緻化)된 이론 틀을 기초로 기업의 행동 원리와 성과를 분석한다. 하지만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의 기업과는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비록 어렵지만 재미있게 공부한 기업이론에 회의를 느낄 때도 적지 않다. 학생들이 이러한 괴리 때문에 경제학에 흥미를 잃는 경우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론과 현실의 갭이라는 원초적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면이라고 인정하면서 도,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10년 전 저자는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이론을 소개하고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예를 연결하는 ‘비스니스 경제학’이라는 과목을 개설하였으며 지금까지도 지속해오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영학과 학생이나 기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 및 일반인들에게도 어렵지 않은, 경제학 원리에 기초하면서도 현실의 기업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경제학의 출발점은 국가이다. 생산의 주체인 기업은 가계, 정부, 해외와 더불어 대상화되고 있다. 각 경제주체의 행동 원리는 물론 경제주체들 간의 조화와 균형도 분석 대상으로 삼으며, 큰 그림을 그리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는 경제학의 큰 장점이라고 평가받는 요인 중 하나이다. 반면 경영학은 기업에 초점을 두고 다른 경제주체들을 외부요인으로 고려한다. 경제학은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학문인 반면 경영학은 기업 차원에서의 성장과 번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경제학보다 현실적이고 실천력이 큰 학문이다. 이 책은 기업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학에서의 기업 행동 원리와 성과를 설명한 후 실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예를 추가함으로써 한층 현실감 있게 기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저자는 경제활동 중에서 생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분배와 소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생산이 있어야 분배도 소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맨큐 또한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은 그 나라의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라고 10대 경제원리 중 하나로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생산의 주체인 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일인당 100달러도 되지 않던 시대에 헐벗고 굶주리던 우리가 3만 달러가 넘는 사회에 살 수 있게 된 뿌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그리고 창의력이 생산물을 증대시켰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서양의학과 비슷하게 대상을 세분화하여 분석하는 측면도 있지만 한의학과 같이 통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측면도 같이 가지고 있다. 서양의학이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의 전문과로 세분화되면서 서로 간에 벽이 있듯이 경제학 또한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경제사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약간의 벽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바라보며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를 고용할 때는 노동경제학, 동종 기업과 경쟁할 때는 산업조직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때는 소비자 경제학, 무역을 할 때는 국제무역론과 국제금융론, 투자를 고민할 때는 재무론과 금융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만을 별개로 독립시켜 분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집필 과정에서 범위나 심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큰 틀에서는 경제학의 범위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적절한 예를 찾기 위해 통계청, 한국은행,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의 자료는 물론 신문, TV, 라디오 등 많은 매체도 적극 활용하였다. 또 저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전대 신문도 참고하였으며, 서문 앞 커피숍 시장 등 가까운 곳에서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생산도 소비도 바로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으며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자료를 찾고 배우고 궁리하고 하는 훈련이 학습의 첫 시작점이며, 가장 좋은 교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공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이나 논문을 쓰면서 나름 많은 주의를 하였지만 불완전한 인간이 하는 일이라 책이 나온 후에도 오탈자가 발견되고 수정 혹은 보완되어야 할 부분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이 책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예견하고 있다. 독자들의 양해를 미리 구하며, 추후 나올 수 있는 수정사항 등은 자유아카데미 홈페이지(www.freeaca.com) 자료실에 제공할 예정이니 참고 바란다.
보잘것없는 졸저가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관심과 배려가 있었다. 지식재산권에 관한 좋은 예를 알려 주신 경익수 명예교수님과 회사 제도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 송달섭 교수님께 특별히 감사의 글을 올린다. 미래 우리 사회의 건강한 모습에 대해 오랫동안 같이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저자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이창기 교수, 송기한 교수, 김갑동 교수, 고광률 교수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늘 저자를 응원해주고 있는 아내와 박승룡·임혜진 부부, 임찬혁·이가희 부부에게도 고마움을 남긴다. 세월이 흘러 박건휘·박리휘·임라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책이 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저자를 집필의 세계로 이끌어주고 탁월한 편집을 통해 집필을 도와준 자유아카데미 여러분께도 감사의 글을 올린다. 이 책이 낙양지귀(洛陽紙貴), 요즈음 신조어로 북플레이션(BOOK+Inflation=BOOKflation)의 진원지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