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담』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설녀’. 원작은 헌의 단편집 『괴담』에 수록된 「설녀 유키온나」다. 엄동설한에 숲으로 나무를 하러 간 두 나무꾼. 돌아오는 길에 거세진 눈보라를 피해 오두막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이 오두막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눈처럼 새하얀 여자. 아름답고 무섭다. 두 나무꾼 중에서 여자의 입김을 받은 늙은 나무꾼은 죽고, 나머지 ‘어리고 잘생긴’ 미노키치는 살아남는다. 단, 자기를 본 이야기를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조건이 달린다. <책 속에서> 무사시 마을에 모사쿠와 미노키치라는 두 명의 나무꾼이 살았다. 내가 지금 말하는 그 시절, 모사쿠는 노인이었고, 그의 도제 미노키치는 열여덟 살의 청년이었다. 그들은 매일 마을에서 8킬로미터쯤 떨어진 숲으로 함께 갔다. 숲으로 가는 길목에 건너야 할 넓은 강과 나룻배 한 척이 있다. 나룻배가 있는 곳에 몇 차례 다리가 만들어졌지만 매번 홍수에 무너져 버렸다. 강의 범람을 견딜 수 있는 다리가 없었다. 몹시 추운 어느 날 저녁, 모사쿠와 미노키치는 심한 눈보라 속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강에 도착해 보니, 맞은편에 나룻배만 남겨져 있을 뿐, 뱃사공은 보이지 않았다. 헤엄쳐 건너갈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나무꾼들은 뱃사공의 오두막에서 쉬어갈 생각이었는데, 내심 쉴 곳만 찾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 싶었다. 오두막에는 화로도, 불을 피울 만한 곳도 없었다. 오두막은 고작 두 개의 가마니를 엮어 만든 것에 불과했고 문이 하나에 창문은 없었다. 모사쿠와 미노키치는 문을 잠근 뒤, 짚으로 만든 우비를 덮고 누웠다. 처음에는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않았고, 눈보라가 곧 고칠 거라고 생각했다.
라프카디오 헌Lafcadio Hearn(1850~1904,〈유령 폭포의 전설〉)은 가장 일본적인 것에 천착한 그리스 출신의 괴담 소설 작가이다. 일본 괴담의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렸으며, ‘외국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일본 관찰자’로 칭송받다가 1904년, 심장마비로 54세의 나이에 생을 마쳤다. 지은 책으로는《괴담(怪譚)》,《동쪽 나라에서(東の国から)》,《일본잡기(日本雑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