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러브크래프트 서클에서 소개하는 작가들 중에서 상당수는 재평가 과정을 거치면서 생전보다 오늘날에 더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런 면에서 오늘 소개하는 엘윈 G. 파워스(Elwin G. Powers)의 「에이리언 앵글Through the Alien Angle」은 작가와 작품 모두 특이한 사례에 속합니다. 작가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고 작품 또한 이 단편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베일에 가려진 느낌이라 더더욱 궁금증을 유발하는데요.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크툴루 신화에 이런 식으로 묘연하고도 흥미로운 흔적을 남겨놓은 작가가 파워스 한 명만은 아닙니다. 「에이리언 앵글」은 크툴루 신화의 여러 요소들을 잘 펼쳐놓습니다. 다만 펼쳐놓고 제대로 끝맺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운데요. 그러잖아도 분량이 짧은데 다소 급작스러운 엔딩은 독자는 물론 어쩌면 작가마저 준비하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작품 속의 화자가 끝내지 못한 학기말 과제처럼 말이죠. 이 작품엔 크툴루 신화에서도 그 낮은 위상에 비해 강렬하고 광범위한 인상을 주는 쇼고스가 중심입니다. 쇼고스는 『광기의 산맥』에서 처음 등장해 참신한(?) 공포를 선사했는데요. 올드원이 부리는 종복으로 창조되었다가 나중에 반란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크리처입니다. 「에이리언 앵글」에서도 『광기의 산맥』처럼 공 모양의 원형질 덩어리라는 기본형으로 등장하는데,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생김새를 단정하다간 쉽게 당하게 됩니다. 화자는 학기말 과제 때문에 도서관에 가지만 필요한 자료를 찾지 못합니다. 그런데 한 노인이 화자가 찾는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하는데요. 당장 내일까지 과제를 끝내야 하는 화자로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인의 호의를 받아들입니다. 노인의 집엔 그 고색창연한 분위기만큼이나 화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온갖 오컬트 서적과 금서들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서재의 기하학적인 구조가 어딘지 이상한데요. 화자는 순식간에 다른 차원, 우주의 폐허 도시로 이동합니다. 이 미지의 공간에서 촉수를 벌려 격하게 반겨주는…… 쇼고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