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 시리즈는 색으로 읽는 공포와 공상을 주제로 한다. 특정 색을 중심으로 하거나 여러 색을 병치하는 방식으로 공포와 공상을 전하려고 한다. 색상 뱀파이어 레드에서 소개하는 걸작선. 이번에는 본격 뱀파이어 문학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자 서로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두 단편을 묶었다. 폴리도리의 「뱀파이어」와 바이런의 「아우구스투스 다벨; 미완성 소설」. 폴리도리(John William Polidori)의 「뱀파이어Vampyre: A Tale」는 최초의 본격 뱀파이어 소설로 거론된다. ‘루스벤’이라는 분명하고도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함으로써 뱀파이어 소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의 하나로 꼽힌다. 19세에 의학사 학위를 받은 폴리도리는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개인 주치의로 인연을 맺었다가 결투를 신청할 정도의 악연으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뱀파이어」가 탄생한다. 이미 시에서 뱀파이어를 소재로 삼은 바이런도 뱀파이어 소설을 썼지만 아쉽게도 미완으로 남았다. 이 미완의 소설을 차용해 자신의 뱀파이어로 완성한 이가 폴리도리다. 바이런이 「아우구스투스 다벨; 미완성 소설 Augustus Darvell; A Fragment of Novel」에서 완성하지 못한 뱀파이어 ‘다벨’은 폴리도리의 루스벤이라는 화려한 캐릭터로 살아난다. 처음엔 바이런의 이름으로 출간된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는 곧바로 프랑스어로 번역된 데 이어 1820년에 익명으로 「루스벤 경Lord Ruthwen」과 「뱀파이어 Ou Les Vampires」라는 제목으로 각각 출간되었다. 이후 샤를 노디에, 제임스 플랑슈, 디옹 부시코, 알렉산드르 뒤마에 의해 연극 무대에 올라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갔다. 이를 계기로 유명작가들이 뱀파이어 소설을 양산하고, 뱀파이어는 민담에서 문학으로 무대를 옮겨 화려한 부활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