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튼의 이모 Seaton's Aunt」는 평단의 호평과 함께 영어권 호러 선집에 자주 수록되어온 월터 데라메어의 대표 고딕 단편이다. 그런데 “최고의 심리 호러”부터 “가장 지루한 망작”까지 독자들의 평은 극과 극이다.
시튼은 학교에서 단 하나의 이유 즉 영국인답지 않은 외모 때문에 아이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다. 그래도 시튼이 유일하게 친구로 생각하는 위더스. 그런데 위더스조차 기분이 내킬 때만 선심 쓰듯이 마음을 조금 열어주고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시튼은 방학을 맞아 위더스를 집에 초대하는데,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따라가는 위더스. 그 집엔 시튼을 통해서 말로만 듣던 이모가 있다.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올린 커다란 머리, 화려한 레이스 장식의 옷차림, 엄청난 양을 먹어치우는 대식가. 말투와 행동거지가 어딘지 이상하고 거북한 노파다. 이렇게 이야기는 화자인 위더스의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을 통해서 전달된다. 막연하고 미묘한 불편함.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모호함으로 가득한 이 단편에서 시튼은 몇 차례 이모에 대한 공포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악마와 결탁한 늙은 마녀”, “죽음의 세계와 소통하는”, “식인 축제의 거미”…… 이 작품에서 집중하는 ‘시튼의 이모’에 대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 중에 하나가 인간의 에너지를 취하는 사이킥 뱀파이어다. 아니면 전혀 다른 유형의 괴물. 살인과 범죄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 것도 없을 수도 있다. 아예 시튼의 이모는 시튼과 위더스의 상상 속에만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위더스의 마음속에 ‘묻히는’ 편이 훨씬 나을 정도로 짧고도 쓸쓸한 생을 그림자처럼 살아간 시튼. 혹시 또 다른 공포가 있다면, 세상에서 하나뿐인 친구한테도 소외되고 이해받지 못한 시튼의 어긋난 인간관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