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thermodynamics)은 물리화학(physical chemistry)의 하위 개념이지만, 많은 학교에서 두 과목은 뚜렷한 구분 없이 수업으로 개설된다. 이에 열역학이 물리화학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설명하면서 본 교재가 다루게 되는 범위를 설정하고자 한다.
열역학은 실생활(또는 실제 공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거시적인 물성을 다룬다. 여기서 거시적 물성이라 함은 6.02 × 1023개의 분자로 이루어진 1몰의 물질이 가지는 값으로, 측정(또는 실험)에 의해서 결정된다. 한편 1몰 내의 각각의 분자들도 자신만의 물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계적으로 처리하면 역시 거시적인 물성치를 동일하게 구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 분자들의 크기를 무시할 수 있고 분자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없는 이상 기체를 생각해 보자. 이상 기체 단원자 분자 물질 1몰은 그 내부에 6.02 × 1023개의 기체 분자들이 각자 서로 다른 운동 에너지(또는 속도)를 가지고 병진 운동하고 있으며 온도에 따라 그 운동 에너지 분포가 변한다(이 계에 대해서는 Maxwell-Boltzmann speed distribution이라는 주제로 교재 내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이 물질 1몰이 가지는 에너지(즉, 내부 에너지)는 기체 분자들의 평균 운동 에너지를 구하고 6.02 × 1023를 곱하여 계산할 수 있다. 더 정확하게 구하고 싶다면, 각 분자의 종류(이원자 분자나 다원자 분자)에 따라 더 많아지는 분자의 운동 모드를 정의하여 각 분자의 운동 에너지를 구해야 하고, 그런 분자들이 6.02 × 1023개 모여 있을 때 구해진 각 분자의 미시적인 물성치를 통계적으로 처리하여 열역학에서 필요로 하는 거시적인 물성치를 도출해 내는 방법도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아래 그림에 나타나 있듯이 각 분자가 가지는 미시적인 물성은 양자화학(quantum chemistry)에서, 이를 거시적인 물성으로 연결하는 것은 통계역학(statistical mechanics)에서 다루어진다. 다만 이 두 분야는 매우 이론적이어서 학부 수준에서 공부하는 데 높은 허들(huddle)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행히도 양자역학과 통계역학 이전에 이미 많은 실험과학자들이 물질들의 거시적인 물성을 측정해 데이터베이스(database)로 만들어 놓았고, Gibbs라는 천재에 의해 이 데이터들을 이용하여 우리 주변의 현상을 설명하는 완벽한 논리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을 몰라도 열역학 수업은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의 대표적인 교재로는 J. M. Smith의 ????Introduction to Chemical Engineering Thermodynamics????가 있다. 그 외에도 물리화학 교재의 고전인 Peter Atkins의 ????Atkins' Physical Chemistry???? 역시 열역학 수업의 교재로 종종 도입되는데, 각 분자의 운동과 분자들 간의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에 대한 미시적인 이해를 통해 열역학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교재에서는 Smith의 방향성을 참고하여 열역학에 관해 기술하지만, 저학년의 화학공학도(또는 화학공학 엔지니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미시적인 관점의 설명도 보강할 것이다.
한편 물리화학에는 앞의 그림에서 보듯이 반응 공학의 기초인 속도론(kinetics)도 포함된다. 공학적 관점에서 열역학과 속도론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떻게 연결될까? 열역학은 주어진 조건에서 자연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를 다루며, 속도론은 그 귀결되는 과정이 수월할 것인가를 얘기한다. 즉, 열역학적 해석으로 어떤 공정이 애초에 가능한지를 판단하면, 이후 속도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공정을 통해 원하는 생성물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속도론은 통계역학이나 양자화학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결국 화학공학도라면 물리화학에서 다루는 모든 과목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 교재는 두 학기 과정을 상정하여 열역학1과 열역학2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열역학1에서는 내부 에너지와 엔탈피, 엔트로피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열역학의 법칙들에 대해 공부하며, 이를 종합하는 Gibbs 에너지와 그 응용에 대해 다룬다. 일반적으로 열역학2에서 다루어지는 반응 평형과 총괄성 역시 이상 기체로 제한하여 Gibbs 에너지의 응용으로 열역학1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 대신 보통 첫 학기에서 배우는 실제 기체에 관한 내용은 열역학2에서 다루게 된다. 그리고 다성분-다상 계의 혼합물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과 함께, 반응 평형을 일반적인 혼합물로 확장하는 것을 배울 것이다. 좋은 교재가 되도록 노력하였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이 점은 양해를 바라며 추후 나올 수 있는 수정 사항 등은 자유아카데미 홈페이지(www.freeaca.com) 자료실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기계공학, 화학, 물리학 등 대부분의 학문에는 한자인 ‘학(學)’이 사용된다. 이 책을 통해 ‘화학(學)공학(學)열역학(學)’은 어떤 학문이기에 ‘學’이 3개나 들어가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