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러브크래프트뿐 아니라 「위대한 신, 판」을 비롯한 아서 매컨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스미스는 러브크래프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판(Pan, 목신)은 너무 섬뜩한 아이디어라서 소설로 작업하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라며 아서 매컨의 작품을 읽고 난 강렬한 인상을 전하는데요. 사견을 전제로 러브크래프트가 애독했다는 배리 페인의 「죽지 않는 것 The Undying Thig」(1901)의 영향도 짙어 보입니다. 출산 과정에서 태어난 기형의 괴생명체, 세상을 떠난 아내 대신 혼자서 정체불명의 자식을 거두고 은둔하는 아버지, 자신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에게 끝없는 위협이 되는 괴생명체까지 「죽지 않는 것」을 많이 닮아있습니다. 「이름 없는 자손」은 ‘구울’, 「죽지 않는 것」은 ‘늑대인간’을 다룹니다. 러브크래프트는 스미스의 「이름 없는 자손」을 읽고 다음과 같은 감상을 편지로 보냈다고 하죠. “아직도 발톱으로 할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배경을 설정하는 작가님의 능력은 뛰어납니다. 솔직히 말해서, 작품의 완성도까지 늘 최고일 순 없어도, 설정과 장치를 다루는 작가님의 솜씨만큼은 언제나 탁월합니다.” 러브크래프트는 덧붙여 “현실세계의 설정 부분을 줄이고 그 대신에 우주적 비정상성을 집어넣는 게” 어떠냐고 조언합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시체를 먹는 부분과 성적인 요소 때문에 꽤 까다로운 라이트(《위어드 테일스》의 편집장)가 거절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기도 하죠. 스미스는 펄프 잡지 중에서 상대적으로 섬뜩한 소재와 묘사에 개방적이었던 《스트레인지 테일스》에 원고를 보냈는데요. 잡지사 쪽에서 잔인한 묘사와 결말 부분에 대해 약간의 수정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스미스는 이 작품이 매컨이나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보다는 강도가 약하다면서 불평했으나, 《스트레인지 테일스》의 의견이 합리적이라며 수정 요청을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