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코모리옴의 고위행정관이자 홈콰트 왕의 팔촌인 랄리바르 부즈. 그가 부하들을 이끌고 하이퍼보리아의 부르미타드레스 산으로 사냥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하이퍼보리아의 험준하고 위험한 부르미타드레스, 이 산의 동굴에 사는 부르미족을 사냥하기 위함인데요. 사납고 교활한 부르미족은 퇴화된 반인반괴의 존재입니다. 그런데 마법사 에즈다고르를 만나면서 랄리바르 부즈의 사냥 원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여정으로 돌변합니다. 에즈다고르는 무례한 부즈에게 기아스를 내립니다. 표기상 '게슈', '게쉬'에 더 가깝다는 '기아스'는 켈트 신화에 등장하는 의무나 금기를 일컫는다고 하죠. 에즈다고르는 자신의 악마 새 ‘라프톤티스’를 랄리바르 부즈의 길잡이로 함께 보내는데요. 이렇게 그는 지하세계의 비밀과 올드원의 은신처를 알고 있는 라프톤티스에 이끌려 부르미타드레스의 깊디깊은 암흑세계로 떠납니다. 차토구아, 거미 신 아틀락-나차, 마법사 하온-도르, 과학자 뱀인간, 원형들의 동굴, 우주적 불결함의 근원 아보스, 지옥의 변방으로 알려진 바깥세상에 이르기까지 기아스가 일곱 개로 늘어나는데요. 랄리바르 부즈가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고 기아스를 이행하는데 계속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크툴루 신화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하이퍼보리아 연작에 속하는 이 작품은 스미스 특유의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데요. 《위어드 테일스》의 편집장 라이트(Wright)도 유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플롯이 빈약하다고 처음엔 이 작품을 거절했다죠. 스미스는 러브크래프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위적인 플롯을 숭배하다니 멍청하긴! 내 생각에 플롯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비예술적입니다. 정말이지 분통터지게 만드네요. 그놈의 플롯.”이라고 볼멘소리를 전합니다. 나중에 라이트는 ‘기아스’라는 단어에 꽂혀서 이 작품을 계약하는데요. 당시로선 이 낯선 단어의 의미에 대해 사전편찬자를 비롯해 여기저기 알아봤다는 후문입니다. 스미스는 「세븐 기아스」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죠. 이 작품의 '기괴하고 정교한 아이러니'가 자신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럽다고 자평하면서요. 다만 기아스를 순차적으로 단순 배열한 부분에서는 라이트의 말처럼 플롯이나 서사의 깊이를 아쉽게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