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종 The Bell in the Fog」(1903) 거트루드 애서튼의 고딕 대표작에 속한다. 지금도 고딕 앤솔러지(특히 미국 고딕)에 자주 수록되고 있다. 환생을 소재로 집착, 광기로 이어지는 애서튼식 심리 파노라마의 종합판. 다만 사견을 전제로 대표작이라는 평가가 함정이 될 수도 있다. 고색창연한 ‘성도 대저택도 아니지만’ 고딕 배경으로 나무랄 데 없는 칠링워스 저택. 이 영국의 저택을 소유한 사람은 미국인 작가 랄프 오스다. 운 좋게 상속받은 재산으로 염원하던 시골 저택을 구입하게 된 것. 유령 소설을 주로 써온 오스는 이 저택의 그림들 중에서 어느 소년과 소녀의 초상화에 매료된다. 저택의 전 소유주를 통해서 그 소년과 소녀가 남매사이고 둘 다 어린나이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로써 오스의 매혹은 점점 집착으로 변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길에서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나고 큰 충격에 빠진다. 이백년 전에 죽은 그 초상화의 소녀와 쌍둥이처럼 빼닮았기 때문인데… 애서튼의 작품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오컬트 세계관도 여전하다. 죄지은 망자들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떠돌다가 자신들이 잘못을 저지른 대상의 후손들 사이에 나타나 마지막 구원을 얻으려한다는 것이 그 일례. 이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딕 소설의 중요한 요소를 자연스럽게 반영한다. 영국에 이주한 미국인도 애서튼이 애용하는 인물 설정인데, 소외감이나 정체성 문제를 고딕 소설에 이식하는 토대가 된다. 「포그혼」이나 「스트라이딩 플레이스」등에 비해 심리적 긴장감이 느슨해서 건조하고 밋밋하게 느낄 여지가 많다. 다른 작품들에서 번뜩였던 심리적 공포는 이 작품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곳곳에 계급적 편견이 배어있다는 점도 작가의 한계로 읽힌다.
미국의 작가. 소설의 많은 부분이 고향 캘리포니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Black Oxen](1923년)은 동명의 무성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설 외에도, 그녀는 페미니즘, 정치, 전쟁과 같은 문제에 관한 단편 소설, 에세이, 그리고 잡지와 신문에 기고문을 썼다. 그녀는 특히 반공주의와 백인우월주의적인 견해로 인해 의지가 강하고, 독립심이 강했으며, 때로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