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를 부르는 벨소리 The Lady's Maid's Bell」(1902) 이디스 워튼의 대표적인 고딕 단편 중에 하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여성과 억압을 세련되고 신중하게 풀어낸다. 별다른 자극점 없이 긴장과 공포를 증폭해가는 방식도 흥미롭다. 워튼의 고딕뿐 아니라 다른 소설 상당수에서 주된 공간은 집이다. 이 공간은 고딕 특유의 고색이 짙은데다 음울하고 폐쇄된 성이 아니다. 20세기 초 미국의 쾌적한 상류층 저택이다. 건강이 좋지 않지만 생계를 위해 하녀 일을 수소문하는 하틀리. 간신히 지인의 소개로 안주인의 개인 비서격인 시녀로 가게 된 저택, 브림프턴 부부가 살고 있다. 브림프턴 부인은 매우 병약해서 거동이 불편할 정도다. 옆에서 일일이 챙겨줄 시녀가 꼭 필요한 셈인데 바로 직전의 시녀는 죽었다는 것. 그런데 집안의 하인들은 그 죽은 시녀 엠마 색슨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바깥주인인 브림프턴 씨에 대한 하인들의 묘한 경계심도 하틀리만 모르는 비밀이 있음을 일깨운다. 그렇게 서서히 하틀리와 저택 내부를 조여 오는 어둠의 그림자. 집, 가정이라는 가장 아늑한 공간은 가장 폭력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워튼은 이런 양가성을 통해 젠더 문제를 매끄러우면서도 명료하게 드러낸다. 다만 집안의 비극과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침묵하는 이들(하인들)은 작가에 의해 방치된 느낌을 준다. 즉 워튼은 젠더 문제에 집중하다보니 의도했든 아니든 계급문제를 키워놓고 오히려 등한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미국의 작가. 소설의 많은 부분이 고향 캘리포니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Black Oxen](1923년)은 동명의 무성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설 외에도, 그녀는 페미니즘, 정치, 전쟁과 같은 문제에 관한 단편 소설, 에세이, 그리고 잡지와 신문에 기고문을 썼다. 그녀는 특히 반공주의와 백인우월주의적인 견해로 인해 의지가 강하고, 독립심이 강했으며, 때로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