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밤의 아이들 The Children of the Night」은 일명 '콘래드와 키로완' 연작으로 알려진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원래 이 연작은 오컬트 탐정의 성격이 강하나 이번 「밤의 아이들」에선 야만의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크툴루 세계관과도 직접 맞닿아 있는데요. 야만과 문명이라는 대척점은 물론 하워드가 크툴루 세계관을 공유하고 확장하는 방식이 러브크래프트와 얼마나 결이 다른지 그 차이가 확연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인종차별이라는 부정적인 요소마저 그렇습니다. 하워드의 인종차별은 광범위한 네이팜탄 같다면, 러브크래프트의 그것은 대인지뢰에 가까운데요. 물론 둘 다 금지된 무기죠. 「밤의 아이들」에도 여지없이 하워드의 인종차별적 편견과 표현이 난무합니다. 《위어드 테일스》에 발표 당시 이런 소개 글이 달렸습니다. '픽트족이 잉글랜드에 오기 이전 살았던 파충류형 반(半)인간과 격세유전에 관한 독특한 이야기'. 이 작품의 일인칭 화자는 현생의 존 오도넬이자 전생의 아리야라입니다. 오도넬과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금서 『네크로노미콘』과 『이름 없는 의식』에 등장하는 고대 종족에 대한 논쟁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도넬은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고 그것을 계기로 전생의 아리아랴로 돌아갑니다. 일종의 타임슬립인데요. 이 시대에 오도넬이자 이리야라가 속한 아리아인 혈통의 '검족', 하워드가 『브랜 맥 몬』에 변형해 넣은 픽트족, 퇴화된 파충류 반인간 즉 '밤의 아이들'이 공존합니다. 아리야라의 검족은 픽트족과 대립관계지만 이 두 종족 모두에게 공공의 적은 밤의 아이들입니다. 아무튼 이 세 부족이 생존 경쟁을 벌이는 시대로 돌아간 아리야라. 그에겐 처절히 싸워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특히 반인간적 존재 '밤의 아이들'에 대한 그의 혐오와 증오는 야만을 넘어 광기에 가깝습니다.
십대 시절부터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습작을 하다 1924년 펄프 잡지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에 「창과 송곳니(Spear and Fang)」라는 단편을 실어 프로 작가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에도 속기사 등의 직업을 전전하면서 판타지, 호러, 웨스턴, 스포츠(복싱)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특히 킹 컬, 솔로몬 케인, 브란 맥 몬, 킴메리아인 코난 같은 마초 영웅의 모험담이 인기를 얻었다. 코난 사가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위어드 테일즈〉에 발표하여 동시기에 활동한 H. P. 러브크래프트,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와 함께 잡지를 대표하는 작가로 인기를 얻었다.
1936년 6월, 그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앓던 결핵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회복할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듣자 자신의 차 안에서 권총으로 머리를 쏴서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