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위한 칼날」은 전편 「검을 든 여인」에 이어 다크 아그네스의 활약상을 다룬다. 아그네스는 자신에게 나쁜 의도로 접근했던 에티엔 빌리에와 극적으로 화해하고 동지 관계를 맺는다. 이 작품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실제 역사적 사건과 배경을 모티프로 허구를 뒤섞은 역사 모험물의 기조를 유지한다. 아그네스는 한층 결연한 검객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황혼 속으로 말을 달리면서도 고된 노역의 삶을 방랑과 폭력의 삶으로 바꾼 것에 대해 내 마음 속엔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중략) 나는 어떤 남자 못잖게 그 삶에 어울렸다. 마시고 싸우고 도박하고 또 싸우고. 권총, 단검이나 검으로 나는 내 무용을 증명하고 또 증명했다. 이 땅을 걸어 다니는 어떤 남자도 두렵지 않았다. 증오하는 남자의 매질에 움츠린 채 영혼을 짓뭉개는 집안일에 출산과 육아에 갈려나가는 길고 음울한 노역보다는 모험과 거친 자유의 짧은 삶이 더 나았다.” 「프랑스를 위한 칼날」 중에서 다크 아그네스 연작은 하워드의 작품에서 드물게 1인칭 화자를 내세우는데, 특히 여성화자라는 점에선 거의 유일한 작품으로 보인다. 화자와 작가의 괴리감이 커서 어색하다면 하워드의 작품들이 워낙 근육질의 남성적 영웅 서사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색함은 곧 사라진다. 아그네스가 여자로서의 삶을 부정하는 방식이 꽤나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는데다 아그네스라는 인물 자체가 처음부터 남성에 뒤지지 않는 강인함과 전투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검투 액션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를 집중해서 훼손하는 방식이 다소 잔인할 수 있지만 지리멸렬하진 않다. 다크 아그네스에게 자기연민이나 신파가 없기 때문이다. 아그네스의 사고와 행동은 직접적이고 단순명료하다. 검객이지만 자신을 의로운 협객으로 보지도 않는다. 필요하면 훔치고 죽이고 도박하고 퍼마시는 걸 당연시한다. 즉 하워드는 레드 소냐와 다크 아그네스 등의 여전사도 문명과 교화의 대척점인 야만의 중심에 놓는다. 다만 연작 세 번째 「죽음의 정부」는 하워드의 미완성 초고가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협업 방식을 취하면서 제럴드 페이지가 의도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초자연적인 요소가 강하게 주입된다. 이런 변화는 앞선 두 편과는 캐릭터와 서사에서 크게 퇴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만약에 하워드가 미완성 초고에서 앞선 두 작품과 달리 초자연성을 도입했다면 계속 출간 기회를 잡지 못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당시 시대적 분위기에서 강인한 여성을 내세우려면 초자연적인 요소를 덧입혀 현실감을 떨어뜨려야 출판 기회가 조금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출간 기회를 잡지 못하여(또 작가의 이른 죽음으로 인해) 하워드의 원안처럼 다크 아그네스가 좀 더 장기적인 시리즈로 이어지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십대 시절부터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습작을 하다 1924년 펄프 잡지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에 「창과 송곳니(Spear and Fang)」라는 단편을 실어 프로 작가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에도 속기사 등의 직업을 전전하면서 판타지, 호러, 웨스턴, 스포츠(복싱)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특히 킹 컬, 솔로몬 케인, 브란 맥 몬, 킴메리아인 코난 같은 마초 영웅의 모험담이 인기를 얻었다. 코난 사가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위어드 테일즈〉에 발표하여 동시기에 활동한 H. P. 러브크래프트,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와 함께 잡지를 대표하는 작가로 인기를 얻었다.
1936년 6월, 그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앓던 결핵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회복할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듣자 자신의 차 안에서 권총으로 머리를 쏴서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