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구세주, 프란치스코 교황 애독 추천 도서
세계문학시리즈
로버트 휴 벤슨(Robert Hugh Benson)의 『세상의 구세주 또는 주인(Lord of the World)』은 1907년에 발표된 종말론적 디스토피아 소설로, 20세기 초 종교와 정치, 과학이 충돌하는 세계에서 인간의 신앙과 구원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톨릭 사제로 활동했던 벤슨은 이 작품을 통해 세속주의, 무신론,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지금도 교황 베네딕토 16세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주 언급한 바 있는 이 소설은, 현대에 이르러 더욱 깊은 시사점을 던지는 작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야기는 미래의 지구, 특히 유럽과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종교는 쇠퇴하고, 무신론과 유물론적 인본주의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시대다. 국가 권력은 전 세계적으로 통합되어 "세계정부"가 세워지고, 개인의 신앙은 사회 전체의 통합을 방해하는 요소로 간주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줄리안 펠젠버그이다. 그는 기적적으로 세계 평화를 가져온 인물로 추앙받으며, 곧 '세상의 주인'으로 전 세계의 지도자가 된다. 사람들은 그를 거의 신격화하며, 새로운 무신론적 종교의 중심인물로 여긴다.
한편, 주인공인 퍼시 프랭클린 신부는 줄리안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신앙을 지키며, 박해 속에서도 가톨릭 교회를 지키려 한다. 퍼시는 줄리안과 닮은 외모로도 상징적인 대립 구조를 형성하며, 마치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의 형상을 띠는 인물 간의 충돌로 이야기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결국, 가톨릭 교회는 지하로 숨어들며 소수만이 남고, 신자들은 공개적인 박해를 받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신부들과 신자들이 성체를 중심으로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며, 하늘에서 최후의 심판이 임박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주요 등장인물 소개>
* 퍼시 프랭클린
주인공이며, 가톨릭 사제이다. 신앙과 교회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후에 교황이 되는 인물이다. 내면의 성찰과 영적인 깊이가 돋보이며,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영성을 대표한다.
* 줄리안 펠젠버그
무신론 세계의 카리스마적 지도자. 평화의 사도처럼 등장하지만, 실상은 반종교적 전체주의의 중심인물이다. 그는 거의 메시아와 같은 존재로 숭배되지만, 사실상 적그리스도의 모습이다.
* 돌로레스 브랜트
퍼시와 줄리안의 세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 남편을 따라 세속주의 운동에 동참하지만, 점차 의문을 품고 신앙의 가치를 되새기게 되는 인물이다.
* 헨리 프란시스
퍼시의 동료 사제로, 초반에 종교적 회의를 겪지만 끝내 신앙을 선택하고 순교의 길을 걷는다. 인간적인 약함과 신앙의 갈등을 상징한다.
제1부: 강림
제1장: 무신의 시대
20세기 말, 세속적 인본주의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종교는 쇠퇴하고, 가톨릭 교회는 점점 더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독자들은 신부 퍼시 프랭클린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을 만나게 되며, 세계관의 기본 틀과 분위기가 설정된다.
제2장: 떠나는 자와 머무는 자
주인공 퍼시 프랭클린 신부는 자신의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지만,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동료 신부인 프랜시스와의 대화에서 현대 사회의 냉소와 허무가 드러난다. 세계가 믿음을 버리는 방식이 드러나며 긴장감이 형성된다.
제3장: 세상의 사자
정치적, 문화적으로 세계를 뒤흔드는 새로운 인물, 줄리안 펠젠버그가 등장한다. 그는 평화와 통합을 내세운 지도자이자, 대중의 숭배를 받는 인물이다. 그의 급부상은 세계 질서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예고한다.
제4장: 경계 너머
퍼시 프랭클린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교회의 사명과 자기 존재 이유를 되묻는다. 로마 교황청은 위기의식을 느끼며 최후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종교와 세계 권력 간의 긴장선이 점점 팽팽해진다.
제5장: 황혼 속의 전조
세계 각국이 펠젠버그를 지지하며 그를 평화의 구세주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상징하는 "새로운 질서"는 신앙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퍼시는 이 흐름을 감지하고, 내면 깊은 불안과 결단의 기로에 선다.
제2부: 조우
제1장: 침묵의 고백
퍼시 신부는 성사(聖事)와 침묵 속에서 시대의 소음을 직시한다. 세상의 흐름은 점점 종교를 외면하고 있으며, 소수의 신자들은 점차 지하로 숨어든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자신이 지켜야 할 사명을 다짐한다.
제2장: 신의 자리를 넘보는 자
줄리안 펠젠버그는 이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존재로 떠오르며, 새로운 종교 아닌 종교를 만들어간다. 그는 분열된 세계를 통합하고 평화를 가져왔다는 명분 아래, 실질적인 ‘세상의 주인’으로 자리잡는다.
제3장: 재 속의 꽃
전통적인 교회는 박해를 받으며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그 속에서도 몇몇 영혼은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고통 속에서 더 순수한 믿음을 되찾는다. 작은 희망의 불씨들이 어둠 속에 피어난다.
제4장: 최후의 설득
펠젠버그는 퍼시 프랭클린에게 직접 접근하여 세속 체제에 동참하라고 설득한다. 그러나 퍼시는 진리의 길을 저버릴 수 없다는 확신 속에서 그의 유혹을 뿌리친다. 두 인물의 철학적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제5장: 검은 연기
세계 전역에서 가톨릭교회에 대한 공식적 탄압이 시작된다. 성직자들은 체포되고, 성당은 폐쇄된다. 신앙을 지키는 자들은 목숨을 걸고 지하에서 성체를 모시며, 진정한 ‘증인’으로 살아간다.
제6장: 붉은 화관
펠젠버그의 인기는 절정에 이르고, 사람들은 그를 숭배하는 데에 이른다. 그를 위한 신전이 세워지고, 새로운 ‘의식’이 시행되며,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초월적 존재로 추앙받는다.
제7장: 성체의 은총
퍼시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 성체 강복을 거행한다. 감시와 폭력 속에서도, 믿는 자들은 무릎을 꿇고 조용히 노래한다. 성체 앞에서 신자들은 세상의 위협을 잊고, 오직 하느님의 현존만을 체험한다.
제8장: 예고된 밤
전 세계는 마침내 두 개의 길로 나뉜다. 하나는 펠젠버그가 주도하는 인간 중심의 평화 질서이고, 다른 하나는 고난을 무릅쓴 하느님 중심의 길이다. 최후의 대결이 임박해지며, 신앙과 세속, 진리와 허위의 충돌이 불가피해진다.
제3부: 승리
제1장: 마지막 성체강복
퍼시 프랭클린은 지하교회의 마지막 미사를 집전한다. 성당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남몰래 숨어서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신다.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세계 속에서 그리스도의 임재는 마지막 위안이자 희망이다.
제2장: 세계의 제단
줄리안 펠젠버그를 위한 대대적인 의식이 세계적으로 거행된다. 그는 ‘평화의 왕’으로 추앙받으며 새로운 인류의 구세주로 등극한다. 인류는 그 앞에 절을 하고, 그의 이름으로 맹세하며, 종교 아닌 종교를 받아들인다.
제3장: 배교의 날
교황과 남은 성직자들은 전 세계의 체포 명령 속에서 숨어 지낸다. 많은 신자들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신앙을 버리지만, 소수는 끝까지 믿음을 지킨다. 퍼시는 자신이 처한 운명을 알지만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제4장: 갈멜산의 그림자
거대한 자연의 변화 속에서 하늘은 붉게 물들고, 지구의 균형은 깨지기 시작한다. 그 순간, 펠젠버그는 갈멜산으로 향하고, 인류 앞에 최후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에겐 신성한 빛이 아닌 사악한 광휘가 감돈다.
제5장: 하늘의 침묵
천둥 같은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응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 깊은 내면의 평화가 찾아온다. 퍼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의 뜻을 묵상하며, 모든 것의 종말이 아니라 진리의 도래를 기다린다.
제6장: 빛의 폭발
마침내 하늘이 열리고, 시간은 멈춘다. 하느님의 심판이 이 땅에 도달하고, 세상의 주인이 진정 누구인지 드러난다. 퍼시는 무릎 꿇은 채 하느님의 임재 앞에 모든 것을 맡기며, 이 세상은 영원의 광휘 속으로 사라진다.
『세상의 주인』은 단순한 종교소설을 넘어서, 정치, 철학, 윤리,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 신앙과 세속주의의 충돌: 작품은 종교의 역할이 점차 사라지는 세상에서, 인간이 무엇을 중심 가치로 삼아야 하는지 묻는다. 종교 없이도 도덕과 질서가 가능한가에 대한 도전이 펼쳐진다.
- 디스토피아의 선구적 형상화: 조지 오웰의 『1984』보다 수십 년 앞서, 전체주의 체제의 위협과 인간 존엄성의 파괴를 그려낸다. 철저히 통제된 사회, 개인의 자유가 없는 세상은 현대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 영적인 상징성: 줄리안과 퍼시의 대립은 곧 적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대결로 읽힌다. 이 대비는 신학적 상징성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빛과 어둠, 자유의지와 복종, 진리와 기만 사이의 영원한 갈등을 묘사한다.
- 문체와 구성: 다소 무겁고 고풍스러운 문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강한 묵시적 상상력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철학적 묵상을 이끌어낸다.
『세상의 구세주』은 단순한 종말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신 없이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 세상에 대한 거대한 경고"이며, 신앙과 진리를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인간 사회의 미래를 신앙적 시각에서 날카롭게 그려낸 로버트 휴 벤슨의 통찰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울림을 준다.
필독 가치가 있는 고전이며, 특히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진 독자라면 깊은 감명을 받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