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12월, 『스트랜드 매거진』에 실린 「마지막 사건(The Final Problem)」은 독자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아서 코난 도일은 스위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셜록 홈즈와 그의 숙적 모리어티 교수가 함께 추락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을 선택했다. 도일은 그날 일기장에 단 두 단어만 남겼다. "홈즈를 죽였다(Killed Holmes)."
그러나 도일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전례 없이 격렬했다. 『스트랜드 매거진』은 2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잃었고, 런던 시내의 은행가와 사업가들은 검은 완장을 두르고 탐정의 죽음을 애도했다. 도일에게는 "이 야비한 놈아!(You Brute!)"로 시작하는 분노의 편지들이 쏟아졌다. BBC의 한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처럼 허구의 사건에 대중이 격렬하게 반응한 것은 문학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도일은 본래 역사 소설에 전념하고 싶었다. 그에게 셜록 홈즈는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존재였고, 더 심오한 문학적 업적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대중의 압력은 거셌고, 결국 도일은 1901년에서 1902년 사이에 『바스커빌가의 개』를 발표하며 우회적으로 홈즈를 부활시켰다. 다만 이 작품은 라이헨바흐 사건 이전을 배경으로 하여, 홈즈의 죽음 자체를 번복하지는 않았다.
# 진정한 귀환, 그리고 대공백기의 비밀
1903년, 도일은 마침내 독자들의 바람에 굴복한다. 미국의 『콜리어스 위클리』와 영국의 『스트랜드 매거진』에 새로운 홈즈 단편들이 연재되기 시작했고, 이 작품들은 1905년 『셜록 홈즈의 귀환』이라는 단편집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총 13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작품집은 1893년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홈즈 단편 모음집이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빈집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Empty House)」에서 도일은 홈즈의 생존을 설명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홈즈는 왓슨에게 자신의 3년간의 행적을 들려준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모리어티와 격투를 벌인 끝에, 일본 무술 바리츠(bartitsu의 변형)를 사용하여 모리어티만 폭포 아래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리어티의 조직원들이 여전히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홈즈는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잠적했다.
셜로키언들이 '대공백기(The Great Hiatus)'라고 부르는 이 1891년부터 1894년까지의 기간 동안, 홈즈는 전 세계를 여행했다. 그는 먼저 티베트로 가서 2년간 머물며 라싸를 방문하고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이 시기에 그는 '시거슨'이라는 노르웨이 탐험가로 위장했다. 이후 페르시아를 거쳐 메카에 들렀고, 수단의 칼리프를 잠시 방문한 뒤,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콜타르 유도체에 관한 화학 연구에 몰두했다. 이 모든 기간 동안 홈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형 마이크로프트뿐이었으며, 마이크로프트는 동생에게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 작품의 특징과 변화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발행한 판본의 서문에 따르면, 『셜록 홈즈의 귀환』은 이전 시리즈와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도일은 이제 확고하게 형성된 '팬덤'을 의식하며 글을 썼다. 셜록 홈즈 팬들은 현대적 의미의 팬 문화를 형성한 최초의 집단 중 하나였고, 도일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했다.
이 작품집에서 홈즈의 추리는 이전보다 덜 확신에 차 있다. 초기 작품들에서 홈즈는 거의 전지전능한 추리력을 과시했지만, 귀환 이후의 이야기들에서는 불확실성과 실수의 여지가 엿보인다. 또한 선정주의를 피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집의 이야기들은 더 생생하고 피비린내 나는 장면들을 포함한다.
수록된 13편의 단편 중에는 암호 해독이 핵심인 「춤추는 사람(The Dancing Men)」, 악명 높은 협박범을 다룬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Charles Augustus Milverton)」, 나폴레옹 흉상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여섯 개의 나폴레옹(The Six Napoleons)」 등 다양한 유형의 범죄와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특히 「프라이어리 학교(The Priory School)」는 도일이 받은 원고료 중 가장 높은 금액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빅토리아 시대의 거울
『셜록 홈즈의 귀환』은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 빅토리아 시대 말기 영국 사회의 초상화이기도 하다. 「빈집의 모험」에 등장하는 세바스찬 모런 대령은 식민지 인도에서 복무한 영국 장교 출신으로, 대영제국의 확장이 개인에게 미친 부정적 영향을 상징한다. 모런의 도덕적 타락은 제국주의가 낳은 '오염'으로 해석되기도 하며, 이는 세기말 영국 사회가 품고 있던 제국 쇠퇴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
홈즈가 대공백기 동안 방문한 장소들 역시 당대 영국의 지정학적 관심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티베트와 페르시아는 러시아와 영국이 중앙아시아 패권을 놓고 경쟁하던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의 무대였다. 일부 학자들은 홈즈의 여행이 단순한 은둔이 아니라 영국 정부를 위한 비밀 임무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 문학사적 의의
『셜록 홈즈의 귀환』은 추리 소설의 역사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우선, 대중의 요구에 의해 작가가 죽인 캐릭터를 부활시킨 최초의 주요 사례 중 하나다. 이후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이 비슷한 패턴을 따랐다.
또한 이 작품집은 팬덤과 작가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했다. 도일은 더 이상 홈즈를 단순히 자신의 창작물로만 볼 수 없었다. 홈즈는 독자들의 것이기도 했고, 작가는 그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이러한 역학 관계는 현대 대중문화에서 팬들이 캐릭터와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단편인 「두 번째 얼룩(The Second Stain)」의 끝에서 왓슨은 홈즈가 은퇴하여 더 이상 이야기를 출판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밝힌다. 도일은 또다시 홈즈 시리즈를 끝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후로도 두 권의 단편집과 한 편의 장편 소설이 더 발표되었다.
# 라이헨바흐 폭포의 유산
스위스 마이링겐 마을에 있는 라이헨바흐 폭포는 오늘날까지 전 세계 셜로키언들의 성지로 남아 있다. 폭포 근처에는 홈즈와 모리어티의 대결을 기념하는 동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1891년 5월 4일, 이 무서운 장소에서 셜록 홈즈가 모리어티 교수를 물리쳤다"라고 새겨져 있다. 마을에는 셜록 홈즈 박물관이 있어 런던 베이커가 221B의 거실을 재현해 놓았고, 독일 셜록 홈즈 협회는 매년 5월 4일 이곳에서 헌화 행사를 진행한다.
기네스 세계기록에 따르면 셜록 홈즈는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가장 많이 묘사된 인간 문학 캐릭터다. 1990년대까지 2만 5천 건 이상의 무대 각색,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판물이 이 탐정을 다루었다. 『셜록 홈즈의 귀환』에 수록된 이야기들 역시 수없이 각색되었다. 1921년부터 1923년 사이의 스톨 필름 시리즈, 1930년대의 라디오 드라마, 그리고 제레미 브렛 주연의 그라나다 TV 시리즈(1984~1994)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집의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을 얻어왔다.
『셜록 홈즈의 귀환』은 단순히 인기 캐릭터의 복귀를 넘어, 작가와 독자 사이의 관계, 대중문화 속 캐릭터의 생명력, 그리고 한 시대의 사회적 맥락이 문학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보여주는 풍요로운 텍스트다. 1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셜록 홈즈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것은, 바로 이 작품집에서 시작된 부활의 전통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