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는 1919년 4월 15일에 출판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세상에 나온 이 소설은 출간 즉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서머싯 몸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작품의 성공 덕분에 4년 전에 출간되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의 자전적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Of Human Bondage, 1915)도 재평가받게 되었다.
서머싯 몸은 1904년 파리에서 1년간 체류하면서 프랑스 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을 알았던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고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때 소설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실제 집필은 1914년 타히티를 직접 방문하여 고갱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후에야 시작되었다. 몸 자신도 밝혔듯이, 이 소설은 고갱의 전기 소설이 아니라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허구적 창작물이다. 실제 고갱의 생애에서 주요 사실들만 차용했을 뿐, 나머지는 작가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었다.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은 작품 내에서 직접적으로 설명되지 않아 많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이 제목의 유래는 『인간의 굴레에서』에 대한 『타임스 문예 부록』(The Times Literary Supplement)의 서평에서 비롯되었다. 서평자는 소설의 주인공 필립 캐리가 "달을 갈망하느라 발밑에 있는 6펜스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몸은 이 표현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다음 소설 제목으로 삼았다.
1956년의 한 서신에서 몸은 이렇게 설명했다. "땅에 떨어진 6펜스를 찾다 보면 하늘의 달을 보지 못한다." 여기서 '달'은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예술의 세계, 이상과 꿈의 세계를 상징하고, '6펜스'는 물질적 가치와 세속적 안정을 추구하는 현실 세계를 상징한다. 달과 6펜스 은화가 모두 은빛의 둥근 모양이라는 점도 이 대비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든다.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땅에 떨어진 6펜스를 줍는 대신 하늘의 달을 바라보기로 선택한 인물이다. 안정된 삶과 가족을 버리고 외로움과 궁핍을 감수하면서 예술의 세계를 향한 갈망을 좇아간 것이다.
소설은 1인칭 화자인 젊은 작가가 직접 목격하거나 여러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화가 찰스 스트릭랜드의 행적을 기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 삽화적(episodic) 서술 방식은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의 내면과 영혼에 대한 단편적인 통찰들을 제공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의 신비로운 예술적 열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서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1897년경 런던에서 시작된다. 스트릭랜드는 중산층 증권 중개인으로서 아내와 두 자녀를 둔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화자는 런던의 문학 파티에서 스트릭랜드의 아내를 먼저 알게 되고, 이후 스트릭랜드를 만나지만 그를 별다른 특징 없는 지루한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스트릭랜드가 가족을 버리고 파리로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버림받은 아내의 요청으로 화자는 파리로 향한다. 모두가 스트릭랜드에게 젊은 여자가 있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실제로 그는 오직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1902년경 파리의 보헤미안 구역에서 펼쳐진다. 스트릭랜드는 낡은 호텔에서 가난하지만 도전적으로 만족한 삶을 살아간다. 이곳에서 그는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예술적으로는 평범한 네덜란드 화가 더크 스트루브(Dirk Stroeve)를 만난다. 스트루브는 예술에 대한 안목은 뛰어나지만 자신의 그림에서는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는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헌신적으로 돕지만, 그 결과는 비극으로 끝난다. 스트루브의 아내 블랑슈가 스트릭랜드에게 매료되어 남편을 떠나고, 스트릭랜드가 그녀를 냉정하게 버리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1917년경 타히티에서 전개된다. 화자는 스트릭랜드를 알았던 다양한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말년을 재구성한다. 스트릭랜드는 서구 문명에서 완전히 벗어나 섬의 원주민 여인 아타(Ata)와 결혼하고, 깊은 숲속에서 오로지 그림에만 몰두하는 삶을 산다. 결국 나병에 걸려 장님이 되지만, 그는 자신이 사는 오두막의 벽면 전체를 거대한 캔버스로 삼아 신비로운 걸작을 완성한다. 죽기 전 그는 아타에게 자신이 죽으면 그 집을 불태워달라고 유언한다. 스트릭랜드의 예술적 비전이 담긴 그 벽화는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만, 남겨진 다른 그림들을 통해 그는 사후에 천재 화가로 인정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