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5월, 영국 모더니즘 문학의 거장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가 자신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등대로』를 호가스 프레스(Hogarth Press)를 통해 출간했다. 호가스 프레스는 울프와 남편 레너드 울프가 직접 운영하던 독립 출판사였으며, 언니 바네사 벨이 표지 디자인을 맡아 가족적 협업의 산물이기도 했다. 울프는 이 작품을 완성한 후 일기에 "내 책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자평했으며, 출간 직후 상업적으로도 그녀의 이전 소설들을 능가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100대 영문소설에 『댈러웨이 부인』과 함께 이름을 올렸으며, 모던 라이브러리의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 목록에서 1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1910년에서 1920년 사이 스코틀랜드 스카이 섬(Isle of Skye)에 위치한 램지 가족의 여름 별장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마르셀 프루스트와 제임스 조이스로 대표되는 모더니즘 소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더욱 확장한 이 작품은 플롯보다는 철학적 내면 탐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대화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직접적인 행동 묘사도 드물다. 대부분의 서술이 인물들의 생각과 관찰로 이루어져 있다.
『등대로』는 울프의 모든 작품 중 가장 자전적인 소설로 평가받는다. 울프는 부모에 대한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을 이해하고 다루기 위한 방편으로 이 소설 집필을 시작했으며, 실제로 플롯과 그녀의 삶 사이에는 많은 유사점이 존재한다.
울프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Leslie Stephen)은 『영국인명사전(Dictionary of National Biography)』의 편집장이자 저명한 전기작가, 비평가, 등산가였다. 어머니 줄리아 프린셉 잭슨 스티븐(Julia Stephen)은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했던 아름다운 여성이자 헌신적인 자선사업가였다. 울프의 외가 친척 중에는 유명한 사진작가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과 여성 인권 운동가 레이디 헨리 서머셋이 있었다.
1882년 봄, 레슬리는 콘월 지방 세인트 아이브스에 큰 백색 주택을 임대했다. 가족은 버지니아의 첫 13년간 매년 여름 세 달씩 그곳에서 보냈다. 탤런드 하우스(Talland House)라 불린 이 저택에서 내려다보이는 포스민스터 만과 고드레비 등대의 풍경은 어린 버지니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훗날 『등대로』의 핵심 배경이 되었다. 소설 속 스카이 섬의 헤브리디스 저택은 실제 탤런드 하우스를 모델로 한 것이며, 바다로 내려가는 정원, 바다 자체, 그리고 등대 등 세인트 아이브스 만의 실제 특징들이 이야기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1895년 5월, 버지니아가 열세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 줄리아가 류머티즘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열세 살의 버지니아 울프에게 어머니의 때 이른 죽음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재앙"처럼 느껴졌다. 비탄에 잠긴 아버지와 여섯 형제자매가 뒤엉킨 가정에서 버지니아는 우울증의 '무(無)'로 빠져들었고, 이것이 그녀의 수차례 정신적 붕괴 중 첫 번째가 되었다. 그녀는 고백했다. "마흔네 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의 존재가 나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우리 모든 삶에서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 중 하나였다."
울프의 언니 바네사 벨은 소설 속 램지 부인을 묘사한 부분들을 읽고 마치 죽은 어머니가 되살아난 것 같다고 썼다. 바네사는 버지니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 그 어떤 것보다도 어머니와 닮았다. 그녀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난 것처럼 거의 고통스러울 정도다." 남동생 에이드리언 역시 고드레비 등대 탐험에 참여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는 소설에서 제임스가 등대 방문을 고대하다가 취소되어 실망하는 장면과 정확히 일치한다.
울프 자신도 이 소설을 일종의 '애도(elegy)'로 여겼다. 1939년 자전적 에세이 『과거의 스케치(A Sketch of the Past)』에서 그녀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매일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등대로』를 쓰면서 그들을 내 마음속에 잠재웠다." 『등대로』에는 고통스럽고도 진실한 무언가가 있다. 1925년 6월의 일기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이것을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지조차 않다고 고백한다. "새로운 것 – 버지니아 울프 지음. 하지만 무엇? 애도가?"라고 그녀는 궁금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