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은 영국 작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D.H. Lawrence, 1885-1930)가 1913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로렌스의 세 번째 소설로, 그의 문학적 역량이 완숙한 경지에 이른 첫 번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1999년 모던 라이브러리(Modern Library)는 이 작품을 20세기 영어권 소설 100선 중 9위로 선정했을 만큼, 영미문학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소설의 원제였던 『폴 모렐』(Paul Morel)은 출판사 편집자 에드워드 가넷(Edward Garnett)의 조언에 따라 보다 주제적인 제목인 『아들과 연인』으로 변경되었다. 이 제목은 중의적 함의를 지니고 있는데, 아들이 다른 여성의 연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아들 자체가 어머니의 연인이 될 수 있다는 오이디푸스적 암시를 동시에 담고 있다. 초판 당시 에드워드 가넷은 약 80개 구절을 삭제하여 전체 분량의 10분의 1 정도를 편집했으며, 삭제된 원문은 1992년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에서 복원본이 출간되면서 비로소 독자들에게 공개되었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는 1885년 9월 11일 영국 노팅엄셔 이스트우드(Eastwood)의 탄광촌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아서 존 로렌스(Arthur John Lawrence)는 브린슬리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였으며, 거의 문맹에 가까웠다. 반면 어머니 리디아 로렌스(Lydia Lawrence, 결혼 전 성 Beardsall)는 한때 예비 교사로 일했던 교양 있는 여성이었으나,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레이스 공장에서 수공업 노동자로 일해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었다.
로렌스의 부모는 극명하게 대조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투리를 쓰고, 술을 즐기며, 교회에 가지 않는 노동자 계급의 전형이었던 반면, 어머니는 잉글랜드 남부 출신의 교양 있고 경건한 중산층 여성이었다. 이러한 계급적, 문화적 차이는 부부 사이에 끊임없는 갈등을 야기했고, 이 불화의 기억은 로렌스의 초기 작품들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로렌스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스스로도 어머니와의 관계가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 형성에 방해가 되었음을 인정했을 정도였다. 그의 형 어니스트(Ernest)가 젊은 나이에 단독(丹毒, erysipelas)으로 사망하자 어머니 리디아는 깊은 슬픔에 빠졌고, 이후 폐렴에서 회복 중이던 로렌스에게 모든 애정과 기대를 쏟아부었다. 이 경험은 소설 속 윌리엄의 죽음과 폴에게로 옮겨가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거의 그대로 재현된다.
이스트우드 인근의 해그스 농장(Haggs Farm)에서 로렌스는 제시 체임버스(Jessie Chambers)를 만났다. 두 사람은 문학과 철학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며 깊은 지적 교감을 나누었고, 제시는 로렌스의 초기 문학 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후원자이자 비평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어머니 리디아와 누이들은 이 관계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제시는 소설 속 미리엄 리버스(Miriam Leivers)의 모델이 되었으며, 소설에서 자신이 묘사된 방식에 상처를 받아 로렌스와 절교하게 된다.
1910년 어머니 리디아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로렌스는 극심한 슬픔에 빠졌다. 그는 이후 몇 달을 "병든 한 해"(his sick year)라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바로 이 시기에 『아들과 연인』의 집필이 본격화되었으며,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경험은 소설의 정서적 핵심을 형성하게 된다. 로렌스는 이 작품을 네 번이나 다시 썼으며, 그의 표현에 따르면 "아버지가 석탄을 캐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들여 이 작품을 깎아냈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모렐 가족의 형성과 첫째 아들 윌리엄의 이야기를, 2부는 둘째 아들 폴의 성장과 연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는 19세기 후반 영국 노팅엄셔의 탄광 마을 베스트우드(Bestwood)에서 시작된다. 교양 있는 집안 출신의 거트루드 코파드(Gertrude Coppard)는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 매력적인 광부 월터 모렐(Walter Morel)을 만나 열정적인 연애 끝에 결혼한다. 그러나 결혼 후 거트루드는 남편의 박봉과 음주 습관, 거친 성격에 실망하며 점차 환멸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월터는 퇴근 후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가정에서 소외된다.
거트루드는 자신의 삶에서 얻지 못한 만족을 아들들에게서 찾기 시작한다. 그녀의 애정은 처음에는 장남 윌리엄에게 향한다. 윌리엄은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여 어머니 없이는 축제조차 즐기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런던으로 가서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만, 경박한 런던 여성 릴리(Louisa Lily Denys Western)와 약혼한다. 윌리엄은 릴리의 육체적 매력에 끌리면서도 그녀의 얕은 지성에 실망하며, 어머니에 대한 정서적 유대와 약혼녀에 대한 육체적 욕망 사이에서 분열을 경험한다. 결국 윌리엄은 폐렴으로 급사하고, 거트루드는 비통함에 빠진다.
윌리엄의 죽음 후 거트루드의 애정은 둘째 아들 폴에게로 옮겨간다. 폴이 심하게 앓다가 회복하면서 모자 사이의 유대는 더욱 깊어진다. 폴은 예민하고 예술적인 감수성을 지닌 청년으로 성장하며, 노팅엄의 의료기기 공장에서 일하면서 화가로서의 꿈을 키운다.
폴은 인근 농장에 사는 미리엄 리버스(Miriam Leivers)와 깊은 정신적 교감을 나누게 된다. 두 사람은 문학과 철학,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미리엄은 지나치게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폴이 느끼는 육체적 욕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더구나 거트루드 부인은 미리엄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며 둘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다. 어머니의 비난과 자신의 내적 갈등 속에서 폴은 미리엄과의 관계를 끝맺지 못한 채 고통받는다.
한편 폴은 직장에서 만난 클라라 도스(Clara Dawes)라는 여성에게 끌린다. 클라라는 남편과 별거 중인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미리엄과 달리 육체적이고 관능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흥미롭게도 거트루드 부인은 클라라를 미리엄보다 덜 위협적으로 여겨 이 관계를 용인한다. 폴과 클라라는 열정적인 육체관계를 맺지만, 폴은 클라라에게도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지 못한다. 결국 폴은 클라라의 남편 백스터 도스(Baxter Dawes)와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되고, 이는 아버지에 대한 억눌린 분노의 대리 표출로 해석된다. 클라라는 결국 남편에게 돌아간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거트루드 부인은 암에 걸려 서서히 죽어간다. 폴은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지켜보며 참을 수 없는 번민에 빠지고, 결국 모르핀을 과다 투여하여 어머니의 죽음을 앞당긴다. 어머니의 죽음 후 폴은 극심한 공허함과 자기 파괴적 충동에 시달린다. 소설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던 폴이 죽음의 유혹을 물리치고 도시의 불빛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