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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펑크 1(마크 피셔 선집 2004-2016) 상세페이지

인문/사회/역사 인문

k-펑크 1(마크 피셔 선집 2004-2016)

책, 영화, 텔레비전
소장종이책 정가21,000
전자책 정가30%14,700
판매가14,700

k-펑크 1(마크 피셔 선집 2004-2016)작품 소개

<k-펑크 1(마크 피셔 선집 2004-2016)> 영국 비평가 마크 피셔는 자본주의 리얼리즘, 유령론, 대중 모더니즘 같은 개념으로 새로움의 충격을 상실한 우리 문화를 독창적으로 진단하고, 과거와 현재의 문화 생산물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잃어버린 미래의 흔적들을 면밀한 주의력으로 찾아냈다. 그는 컬트 인사가 되었고, 그런 뒤에는 21세기의 가장 흥미로운 영국 비평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k-펑크라는 블로그에서 시작되었다.

2017년 피셔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후 그가 공동 설립한 리피터 북스에서는 2018년 블로그 게시물, 여러 잡지와 저널에 기고한 평론, 각종 매체와의 대담, 미발표/미완성 글 다수를 묶어 800여 쪽에 달하는 『k-펑크』를 펴냈다. 리시올 출판사에서는 10여 년의 시간과 방대한 영역을 아우른 『k-펑크』를 완역할 계획이며, 첫걸음으로 책, 영화, 텔레비전을 다루는 1~2부를 1권으로 선보인다.

『k-펑크』 1권은 밸러드, 버로스, 크로넨버그, 70~80년대 모더니즘 방송 체제, 『샤이닝』과 『배트맨』과 『헝거 게임』 등 책과 영화, 텔레비전에서 피셔가 채굴한 가능성의 조각들을 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을 읽으며 우리는 불안과 권태가 공존하는 현실에 구멍을 내고자 한 어느 명민한 정신이 사고의 건축물을 쌓아 올린 과정을 들여다보게 된다. 날카로우면서도 정서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관대한 피셔의 비평은 읽기의 기쁨을 선사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현실을 진단하고 현재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다른 미래를 꿈꾸라고 부추긴다.


출판사 서평

21세기 영국의 가장 흥미로운 비평가 마크 피셔
블로그라는 새로운 기술적 조건을 움켜쥐고
불안과 권태가 공존하는 현실에 구멍을 내고자 한 그의 시도 전체를 읽는다

열띤 흥분으로 가득했던 블로그 네트워크의 허브가 된 k-펑크
그곳에서 마크 피셔가 지은 사고의 건축물을 재생한 『k-펑크』의 첫 권 출간

“그의 글은 모든 것에 더 많은 의미가 있다고, 의의가 들어차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마크 읽기는 쇄도하는 황홀감을 선사했다. 일종의 중독.” _ 사이먼 레이놀즈

마크 피셔는 자본주의 이후를 상상하지 못한 채 쾌락주의적 우울증에 빠져들게 만드는 동시대 자본주의의 효과를 예리하게 해부했다. 그는 새로움의 충격을 상실한 우리 문화를 독창적으로 진단하고, 그럼에도 과거와 현재의 문화 생산물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잃어버린 미래의 흔적들을 면밀한 주의력으로 찾아냈다. 독자들의 지성을 신뢰하며 난폭하면서도 대화적인 산문으로 그들에게 도전을 제기했고, 세계를 지배하는 브랜드들처럼 좌파 역시 세련된 슬로건을 제시하고 퍼뜨릴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굳게 견지했다. 그는 새로운 네트워크와 집단성을 창조할 필요성을 줄곧 강조했으며, 침체된 영국의 이론적 글쓰기와 출판계를 혁신하고자 대안 출판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열의를 쏟았다. 현실 정치에 관여해 좌파의 교착 상태를 냉정하게 진단하는 한편, 암울한 시절을 돌파할 정확한 타격 지점을 조준하자며 독려를 거듭했다. 마크 피셔는 컬트 인사가 되었고, 그런 뒤에는 가장 두드러진 영국 비평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k-펑크라는 블로그에서 시작되었다.

1999년에 워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피셔는 고갈과 환멸을 느끼다 2003년에 블로그를 시작했다(그가 블로그를 만든 경위 및 블로그명의 연원에 관해서는 이 책에 실린 「왜 k인가?」 참조). 당시는 블로그라는 온라인 하부 구조가 새로운 유형의 토론장을 마련해 준 시기였고, 불안정한 처지에 몰려 있던 지식인들이 너나없이 참여해 이론, 정치, 음악, 영화를 소재로 열변을 토했다. 온라인 글쓰기의 비공식성과 즉각성, 대중적인 동시에 실험적인 성격에 매료된 피셔도 자연스럽게 “망명지의 음악 잡지”(사이먼 레이놀즈)의 일부가 되어 활기와 들뜸이 가득했던 새 천 년의 온라인 환경에서 마음껏 공유 충동을 발산했다. 방대한 관심사, 독특한 시선, 명료하면서도 논쟁적인 문체, 자신이 지지한 동료들에게 보인 격려와 관대함, 언제나 대화를 더 멀리까지 이끄는 솜씨를 발휘한 k-펑크는 이내 블로그 공동체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사회주의 진영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 자유 민주주의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이제 유토피아적인 역사의 종말이 도래했다는 언설이 횡행하던 이 10년이 끝난 뒤 서양 사회가 맞닥뜨린 것은 테러, 불안정, 권태, 우울, 단조로운 문화가 혼재된 현실이었다. 피셔는 나중에 ‘자본주의 리얼리즘’ 개념으로 발전시킨 이 현실의 효과들을 집요하게 파헤쳤으며, 정확함과 정서적인 힘을 겸비한 그의 분석은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성인이 된 청년 세대에게 계시와도 같은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2000년대 초에 20대 초반이었던 비평가 오언 해설리는 당시의 기억을 이렇게 회고한 바 있다. “나는 프록시 서버를 이용해 최신 k-펑크 게시물을 기다리고 읽었고, 많은 경우 이는 새로운 앨범을, 최고의 드라마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는 것과 동일한 기대감이었다. 그러면 보상을 받았다.”

대침체라 불릴 만큼 위협적이었던 금융 위기가 터지고 광범위한 반체제 운동이 불붙은 2009년에 출간된 첫 책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반동의 회색 장막에 구멍을” 내자는 요청으로 예상 밖의 호응을 얻었고, 그 이후 피셔는 블로그를 넘어 기고, 대담, 정치적 참여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갔다. 2017년 초에 피셔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뒤 그가 공동 설립한 리피터 북스에서는 2018년 그의 블로그 게시물, 여러 잡지와 저널에 기고한 평론, 각종 매체와의 대담, 미발표/미완성 글 다수를 묶어 800여 쪽에 달하는 『k-펑크: 마크 피셔 선집 2004~2016』을 펴냈다. 이 책은 피셔의 작업을 주제별로 일곱 부로 나누고 각 부에 포함된 글을 시간순으로 배열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포함 기준 및 주제별 구성에 관해서는 「편집자 서문」 참조).

리시올 출판사에서는 10여 년의 시간과 방대한 영역을 아우른 『k-펑크』를 완역할 계획이며, 첫걸음으로 책, 영화, 텔레비전을 다루는 1~2부를 1권으로 선보인다. 2024년에는 3부(음악)와 4부(정치)를 각각 2~3권으로, 2025년에는 5~7부(인터뷰, 성찰, 피셔의 마지막 작업인 『애시드 공산주의』 서문)를 4권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자신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해
신자유주의에 장악된 현재에 대한 비판에 이르는 여정

마크 피셔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문화적 분석과 음악 비평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불가해할 정도로 탐욕스러운 독자이자 시청자이기도 했고, 대중 문화 전반뿐 아니라 고급 문화, 정치와 철학, 정신 건강과 소셜 미디어 등 무한해 보일 만큼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때로는 이 모두를 아우르며 정곡을 찌르는 글을 남겼다. 출간된 책만 접한 독자에게는 다소 의외일지 모르지만 그에게 가장 오래 그리고 깊이 영향을 미친 인물은 소설가 J. G. 밸러드였으며, 또 그가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중 모더니즘, 유령론, 쾌락주의적 우울증, 시장 스탈린주의 같은 개념-슬로건을 다듬어 나간 것도 책, 영화, 텔레비전과 씨름하면서였다.

초기에 k-펑크의 목표는 비교적 단순했다. 어린 시절과 청년기에 자신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에 대한 애정을 되찾고 그 애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리하여 1부에서는 단연 J. G. 밸러드가, 2부에서는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두드러지는 등장 인물로 출연한다. 피셔에게 밸러드는 “20세기의 자원들을 조립해 그 세기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개념적이고 방법론적인 레퍼토리를 제공해”(54) 준 동시에 “고급 모더니즘의 기법과 대중 소설의 리프가 서로를 강화하게 함으로써 고급 문화의 반계몽주의와 중간 문학의 포퓰리즘을 동시에 피할 수”(108) 있었던 작가다. 한편 버로스, 밸러드와 삼각 편대를 이루는 크로넨버그는 초기의 바디 호러 작품을 넘어 『엑시스텐즈』나 『폭력의 역사』 같은 작품을 통해 “주체성이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라는 발상”(232)을 발전시켰다. 두 작가에 대한 해석은 “‘실재’로 간주되는 것이 현저하게 정치적인 물음”(248)이며,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자연화하는 질서의 우연성을 드러내는 것이 급진 정치와 비평의 과제라는 피셔의 지속적인 신념이 어디서 발원했는지 짐작하게 해 준다.

그 외에도 k-펑크 블로그는 스피노자, 카프카, 버로스, SF 소설과 영화, 들뢰즈와 가타리, 보드리야르 등 자신의 강박(피셔 자신이 애호한 표현) 대상들이 불러일으킨 전율을 되새기고자 했다. 나아가 동료 블로거들과의 교류에 힘입어 점차 한층 풍부한 대상들로 관심을 확장하고 “일종의 주제적 리듬에 접속하기 시작”(26)했다. 프로이트와 제임슨, 지젝, 데리다, 바디우 같은 이론가들의 작업, 새로운 사건과 경험, 계속 변화하는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에서 추가적인 영감을 얻은 그는 생전에 출간한 세 권의 책인 『자본주의 리얼리즘』, 『내 삶의 유령들』, 『기이한 것과 으스스스한 것』의 뼈대를 서서히 세워 나갔다. 그리고 『k-펑크』 1권은 이 명민한 정신이 사고의 건축물을 쌓아 올린 과정을 재생하고 있다.

과거가 약속했지만 실현하지는 못한
잃어버린 가능성들을 발견하기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사로잡았던 문화 생산물들에 대한 이 충실성은 오늘날 만연한 향수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현재의 문화가 새로운 것을 산출하지 못하고 권태롭게 과거를 희구하는 반면 피셔는 ‘다른 미래’를 꿈꾸었던 70~80년대 ‘대중 모더니즘’popular modernism 작품들을 소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자크 데리다가 고안하고 피셔가 2000년대 중반 이래 “제2의 (비)생명”을 획득했다고 평한 개념인 ‘유령론’hauntology은 “모더니즘에 대한 모종의 향수”, “우리가 기대하도록 대중 모더니즘이 훈련했지만 결코 물질화되지 못한 미래들”을 재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이 두 개념화와 더불어 과거의 작품들에 대한 피셔의 사적인 집착이 문화 전반에 대한 대안적인 구상과 결합되었고, 그 배경에는 68 혁명과 그 유산이 자리해 있었다. 68은 실패로 끝났고 70년대부터 개시된 신우파의 반격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팽창하는 자본을 제외한 모든 것을 긴축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60년대의 반란이 일으킨 기대들은 곧바로 진압되지 않고 80년대까지 이어져 음악 잡지와 텔레비전 같은 매체들에 스며들었다.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한 노동 계급 소년을 지적으로 양육했던 이 황금기의 문화를 피셔는 펄프 모더니즘, 그 뒤에는 대중 모더니즘이라 이름 붙였다. 그가 아이러니를 섞어 ‘부성주의’paternalism라 일컫는 이 시기의 매체들은 대중성과 전위성을 결합해 익숙한 것이 아니라 낯설고 새로운 것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미래를 기대하도록 대중을 훈련했다. 그리하여 개인적인 기억과 대중 모더니즘에 대한 향수 모두에 인도되어 70~80년대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를 떠올리는 글(각본가 데니스 포터의 작품들, 텔레비전 영화 『아르테미스 81』, 드라마 『더 프리즈너』 등등)이 『k-펑크』 1권에서 가장 흥미로운 분석의 일부를 이룬다.

반대로 신자유주의가 대중의 욕망과 기대를 거의 장악한 작금의 텔레비전은 경제적, 심리적 불안, 노동 계급에 대한 비하, 지적인 것을 경멸하는 태도를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준다”(324) 구실로 경쟁, 능력주의, 냉소, 셀러브리티가 점령한 오늘날 텔레비전에 관한 글에서 가장 사나운 어조의 피셔를 만나게 된다. 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끔찍한 수준에 이른 공격성과 바닥을 향한 경주를 부추기는 경향을 보며, ‘리얼리티’ TV에서는 편파성을 숨긴 채 중립적인 어조로 복지 제도를 악마화하고 노동 계급을 전형에 가두려는 시도를 감지한다. 대중 모더니즘에서 ‘셀럽 리얼리티’로의 타락이 상징하는 문화적 침체를 숙고하면서 피셔는 공적인 것과 지적인 것을 거듭 강조하게 된다.

공적인 것과 지적인 것을 되살려
새로운 집단성을 상상하고 구축하려는 노력

피셔는 신자유주의가 부상하면서 “문화적 엘리트주의에 대한 맹공이 물질적 엘리트의 공격적인 부활과 나란히 진행되었”(297)다고 말한다. 얼핏 평등주의적으로 보이는 우리 시대의 문화는 강제적인 쾌락과 자극을 끊임없이 유도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원하고 욕망할 수 있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반면 피셔는 “시청자의 지성을 전제하는 태도에 엘리트주의적인 것은 없다”(324)는 신념을 고수한다. 그는 공영 방송의 강화를 권위주의적인 조치가 아니라 선물과 놀라움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유명 방송인이나 임원에게 돌아가는 막대한 돈이 텔레비전의 가장 창조적이고도 취약한 부분인 작가들에게 재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적인 것과 공공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은 불안정할 뿐 아니라 과도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교사직과 프리랜서 생활에서 얻은 교훈에 바탕을 두고 있기도 하다. 깊은 울림을 남기는 대목들에서 그는 자신이 꽤나 잘해 왔다고, 대단히 운이 좋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고, 그럼에도 글 쓰는 삶을 이어 가기가 여전히 너무나 벅차다고 고백한다. 비즈니스 중심의 문화 제공 모델은 창의적이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애정을 가지고 문화적 과업에 헌신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공적 완충 장치만이 문화 부흥과 새로운 집단성 양식을 촉진할 수 있다.

그가 출판사 제로 북스를 공동 창립하면서 쓴 「제로 북스 설립문」(152~153)은 이 입장을 더없이 통렬하게 드러낸다. 어느 출판사도 엄두를 내지 못할 당파적인 태도와 거부할 수 없는 어조로 그는 “오늘날 문화는 공적인 것이라는 개념과 지성인이라는 형상을 제거했”다고 말하고는 “제로 북스는 출판이 공중을 지성인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이념에 헌신합니다. 무사고를 조장하는 단조로운 합의 문화를 살아가는 오늘날 비판적이고 참여적인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우리는 확신합니다”라는 포부를 밝힌다. 그 자신이 k-펑크 블로그로 그랬듯 우리의 정신이 아무리 경제에 식민화되더라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공유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지가 존재하지 않을 때 이 모든 것은 부지불식간에 흩어져 버리거나 자본에 흡수되곤 한다. k-펑크 이래 피셔는 블로그를 통해, 출판 활동을 통해, 노동당 내외부 활동을 통해 부단히 “집단적 접속”(31)을 구체화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욕구도 깔려 있었지만, 이를 넘어 대항 문화가 흐르고 넘쳐 자본주의 미디어에 포획된 프롤레타리아트가 “새로운 집단성”(338)을 구축하는 과정에 조력하는 것이 그가 가장 중요시한 과업 중 하나였다. 이 같은 ‘문화적 기업가’ 활동 역시 그가 21세기 영국의 비판적 담론에 기여한 역할로 기억되어야 한다.

비관적이지 않고 부정적인 마크 피셔의 글들
그것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기쁨과 도전을 마주하기

마크 피셔는 블로그, 저서, 각종 개입을 통해 21세기 영국의 가장 흥미로운 비평가 중 한 명이 되었다. 특히 그는 문화 비평을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더욱 포괄적인 기획과 다시금 단단히 묶어 매려 했다. 프레드릭 제임슨이나 슬라보예 지젝 같은 이론가들의 작업에서 많은 것을 빌려 왔지만 단순히 이들을 답습하기보다는 대화 속에서 갱신하려 했고, 더욱이 이들이 이론에서 출발한 반면 피셔에게는 대중 문화가 “DNA에 완전히 내재해 있었다”(오언 해설리). 당시로서는 생소한 유형의 작가였던 마크 피셔는 새로운 매체인 블로그에서 작품과 이론을 결합해 종종 “자신이 응답 중인 대상보다 더욱 흥미로운”(앤원 크로퍼드) 비평들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했고, 그와 동시에 현실이라고 간주되는 것이 어떻게 바뀌어 왔으며 이것이 문화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비롯해 그의 발상이 너무나 비관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피셔는 자신의 작업이 ‘부정적’이라고 묘사하길 즐겼다. “현재의 조건을 무화하는”(252) “부정성이라는 레이저 광선”(13)이야말로 정치와 문화 영역에서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는 이런 부정성을 발사하는 작품들을 지지했으며, 세간이 혹평한 대상이더라도 부정의 가능성을 한 조각이라도 담고 있다고 판단하면, 과대 평가라는 눈초리를 감수하며, 자신의 목록에 편입시켰다. 독자들의 지성을 믿은 한편 그들에게 이해받고 영향을 미치고자 한 그는 맹렬함과 명료함으로 가다듬은 자신의 글과 활동이 “리얼리티 스튜디오”(62)에 균열을 낼 수 있으리라고 진정으로 믿었다. 그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느낀 환희를 표출하고 싶어 했고, 자신의 글로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우리가 빨려 들어가듯 피셔의 글을 읽게 되는 것도, 무언가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혹은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들뜬 상태가 되는 것도 아마 이런 소망의 강렬함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피셔 읽기는 우울에 침잠하는 경험보다 순전한 기쁨에 가깝다.

마크 피셔는 한 잉글랜드 소도시의 보수적인 노동 계급 가정에서 태어났고, 생애 내내 만성적인 우울과 자신이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감각에 시달렸다. 대학에 진학해 박사 학위까지 받으며 나름의 ‘계급 이동’을 경험했지만 이는 또 그를 분열시킨 원인이기도 했으며, 자신이 노동하며 살아가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시종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런 ‘부적합함’과 ‘분열’이라는 감각을 냉정한 아름다움으로 해부한 작품들(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 데니스 포터의 『자리에서 일어서, 나이절 바턴』 같은) 덕분에 스스로를 분석하고 현실의 자연스러움을 탈마법화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이 감정들이 구조의 효과임을 알아차리고 포괄적인 사회적, 문화적, 계급적 배경과의 연결 고리를 확립하려 노력했다. 그의 글 다수가 치열함과 긴급함을 발하는 한편 내밀하고 정서적인 힘으로 가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요컨대 『k-펑크』 1권을 읽는 것은 기쁨, 분노, 우울, 불안 같은 내밀한 감정들을 공적인 언어로 번역하고, 현재의 폭정에 맞서 잃어버린 미래를 기억하고자 끊임없이 분투한 한 인간의 초상을 상세히 살피는 것이다.


저자 프로필


저자 소개

저 : 마크 피셔 (Mark Fisher)
잉글랜드 레스터의 노동 계급 가정에서 태어나 러프버러에서 자랐다. 헐 대학을 졸업한 후 버밍엄 대학과 워릭 대학에서 공부했다. 워릭 대학에서 세이디 플랜트와 닉 랜드가 주도한 ‘사이버네틱 문화 연구회’에 참여했고 1999년에는 『평탄선 구축물들: 고딕 유물론과 사이버네틱 이론-허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k-펑크라는 이름으로 블로그 활동을 시작해 당시 융성 중이던 블로그 공동체의 허브가 되었다. 2009년에 친구인 타리크 고더드와 제로 북스를 설립하고 첫 책인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를 발표했다. 이어 2014년에 제로 북스에서 『내 삶의 유령들: 우울증, 유령론, 잃어버린 미래에 관한 글들』을, 2016년 말에는 새로 설립한 리피터 북스에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출간했다. 그 외에 (공동) 편집서로 『마이클 잭슨의 저항할 수 있는 소멸』(2009)과 『포스트펑크 그때와 지금』(2016) 등이 있다.
2017년에 사망한 후 블로그 게시물과 매체 기고문, 인터뷰, 미발표 원고 등을 다수 모은 『k-펑크』(2018)와 마지막 강의를 엮은 『포스트자본주의 욕망』(2020)이 리피터 북스에서 나왔다.

편 : 대런 앰브로즈 (Darren Ambrose)
영국의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작가, 화가로 휘틀리 베이에서 살고 있다.

역 : 박진철
연세 대학교 비교문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오늘날의 역사적 전환을 다루는 비판적 지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마크 피셔의 『자본주의 리얼리즘』, 프레드릭 제임슨의 「단독성의 미학」과 「다시 보는 포스트모더니즘」(각각 『문학과 사회』 117호와 138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역 : 임경수
출판 노동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번역을 한다. 좋은 책을 잘 만들고 싶다.

목차

감사의 말
서문 _ 사이먼 레이놀즈
엮은이 서문 _ 대런 앰브로즈
왜 k인가?

1부 꿈꾸기 방법들 ㅡ 책

책 밈
공간, 시간, 빛, 필수적인 모든 것: J. G. 밸러드 시즌(BBC 4)에 대한 성찰들
왜 나는 로널드 레이건과 섹스하길 원하는가
어느 축제의 알록달록한 그네들
권태의 정치란 무엇인가? (밸러드 2003 리믹스)
내가 네 환상이 되게 해 줘
환상 키트들: 스티븐 마이즐의 「비상 사태」
J. G. 밸러드의 암살
무섭고 두려운 세계
리플리의 글램
꿈꾸기 방법들
애트우드의 반자본주의
토이 스토리: 꼭두각시, 인형, 호러 스토리
제로 북스 설립문

2부 스크린, 꿈, 유령 ㅡ 영화와 텔레비전

설탕 한 스푼
저 여자는 엄마가 아니에요
자리에서 일어서, 나이절 바턴
포트메리온: 삶의 이상향
골고다의 유물론
이 영화는 예전처럼 감동적이지 않았다
제3제국 로큰롤의 공포와 참상
우리는 그 모두를 원한다
고딕 오이디푸스: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 비긴즈』에 등장하는 주체성과 자본주의
꿈에서 우리는 조이가 되는가?
크로넨버그의 『엑시스텐즈』에 대한 노트
기억할 필요가 없도록 그것을 촬영했다
마커의 유령들과 제3의 길이라는 현실
탈정체성 정치
“항상 당신이 관리인이었어요”: 오버룩 호텔의 유령적 공간들
커피 전문점과 난민 수용소
대의 없는 반란
폐허 속의 로봇 역사가
『타이슨』 리뷰
“인간들이 어머니 지구를 죽였어요”: 이데올로기적 징후로서 『아바타』
불안정성과 부성주의
선물의 반환: 리처드 켈리의 『더 박스』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
“긴장 풀고 그냥 즐겨라”: BBC에 내던져져 있음
『스타 워즈』는 처음부터 품절이었다
질리언 웨어링의 『셀프 메이드』
『배트맨』의 정치적 우경화
적이 누구인지 기억하라
선악의 저편: 『브레이킹 배드』
계급이 사라진 방송: 『베니핏 스트리트』
적을 응원하다: 『디 아메리칸즈』
떠나보내는 법: 『레프트오버』, 『브로드처치』, 『더 미싱』
영국 풍자의 이상한 죽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리뷰
명성으로 지은 집: 『셀러브리티 빅 브러더』
안드로이드들에 대한 공감: 도덕성을 비튼 『웨스트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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