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넘쳐나는 미식과 먹방의 시대,
우리가 모르는 농업이라는 근원의 먹거리 산업 이야기
밥맛이 매해 달라지고 품종에 따라 밥물도 다르게 잡는다. 애플수박, 골드사과, 킹스베리 등 매년 새로운 과일들이 출시돼 소비자를 유혹한다. 인기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쇠고기의 부위별 맛과 특징을 도축업자처럼 읊는다. 해외에서 접해본 낯선 식재료가 저녁 식탁에 올라온다. 먼 곳에서 온 식재료와 우리 것을 섞어 만들어 파는 식당에 긴 줄이 이어진다. 유명 미식을 실시간으로 소비하는 시대이지만 음식의 유래를 거슬러 농업에 이르면 우리는 백지상태가 된다. 1970~1980년 한국의 도시 인구 90%는 농촌 출신이었다지만 불과 몇십 년 사이에 농촌과 농업은 오래되고 촌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해외에서 유래한 농업 지식은 고급 테이블 교양이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농업 이슈는 어쩐지 나와는 무관한 것 같다. 식량은 수입해서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왜 쌀값에 휘둘리고 농업에 세금을 쓰는지 모르겠다.
가장 많이 먹고, 싸게 먹고, 멀리서 가져다 먹는 시대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들
세상의 모든 산업은 농업에서 시작됐다. 산업뿐 아니라 인류가 성취한 과학기술의 상당수는 굶주림과의 투쟁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현재 인류는 역사상 유일하게 가장 많이 먹고, 가장 싸게 먹고, 가장 멀리에서 가져다 먹는 짧은 행운 타임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식량 과잉생산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고 식량난은 곧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이자 농업전문가인 이주량 박사는 『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에서 농업이라는 인류 생존 인프라 산업에 대한 문명사부터 현재 치열하게 격돌 중인 글로벌 식량 산업에 대한 숨가쁜 리포트까지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살아 있는 농업 이야기를 풀어낸다.
삼포식 농업부터 트랙터, 비료, 유전공학까지 굶주림의 공포와 맞서 싸운 인류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 세계 식량산업의 패권을 쥔 ABCD라는 공룡 기업 이야기, 선물거래의 탄생과 금융 발전 이야기, 식량을 둘러싼 열강들의 조용한 외교 전쟁, 한국 딸기의 달콤한 성공과 나아가야 할 방향, 투뿔한우와 치킨 산업의 이면, 우리가 모르는 통일벼 개발의 뒷이야기,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글로벌 식량 산업 이야기 등 시대와 국경, 산업과 학문을 넘나들며 농업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한국인이 갖고 있는 농업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걷어낼 수 있도록 농업의 산업적 통찰과 학문적 시사점을 선물하며 우리가 농업이라는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와 새로운 가능성을 밝힌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이다. 한국의 과학기술계와 농업계 사이에서 정책적 간극을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농업 R&D에 투자되는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연구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농식품 관련 해외 최신 동향과 정보를 수집하고 정부 사업을 기획, 평가, 조정하며 농식품 R&D 수행체계와 연구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데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전문 연구자, 대학 교수, 투자자, 농민, 농산업체 종사자, 언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한다. 대학 시절 어떻게 하면 농업과 식품과 멀어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와 농업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외도도 했다. 하지만 운명처럼 다시 농업으로 끌려 들어왔다. 20대 젊은 시절에는 어색했던 농업의 시간들이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편안하고 재미있을지 몰랐다. 가장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시간은 현장 농업인들과 함께 할 때다. 99번 현장을 가본 정책연구자와 100번 현장을 가본 연구자는 다르다는 것이 지론이다. 정책과 현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연구자이자 한국에서 농업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활발히 소통한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