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반전소설로 손꼽히는 걸작
서술 트릭임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추리문학계에서 아비코 다케마루의 대표작 《살육에 이르는 병》의 위상은 특별하다. 서술 트릭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어도 작가가 장치한 트릭을 쉽게 알아챌 수 없는 것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일본은 물론 한국 추리소설 독자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반전反轉소설로 인정받고 있다. 1992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래 ‘반전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작품’, ‘서술 트릭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걸작’으로 손꼽히며, 일본 현대 추리소설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수수께끼 풀이와 트릭에 집중하는 이른바 신본격 작가인 아비코 다케마루는 일본 신본격 추리소설의 아버지 시마다 소지의 세례를 받으며 우타노 쇼고, 노리즈키 린타로, 아야츠지 유키토와 같은 시기에 추리소설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 데뷔 3년 만에 선보인 《살육에 이르는 병》에서 작가는 많지 않은 분량으로 어떤 작품보다 강력한 본격의 참맛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공정한 트릭은 물론, 수많은 힌트가 작품 곳곳에 장치되어 있어 독자는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반드시 첫 장을 다시 펼칠 수밖에 없다. 또한 작가는 단순히 독자를 속일 완벽한 트릭에만 골몰하지 않고, 당시 사회에 대한 분석과 비판적인 사고를 작품에 투영하였다. 외적인 장치인 트릭과 작품의 주제가 일치했을 때,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불멸의 걸작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