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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流작품 소개

<류 流> 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소설!

"해궁은 항상 같았다. 해궁의 벽을 밝히고 있는 수정구 외에는 빛이라곤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이 바깥의 시간으로 낮인지 밤인지조차 구분되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해신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적막한 곳에 오로지 여랑과 곳곳을 누비며 돌아다니는 인면어들 뿐이었다. 하지만 여랑이 눈치채지 못했을 뿐, 류는 항상 여랑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흔적을 지운 채 그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 며칠은 죽은 듯 잠만 자다가 이후 해궁의 곳곳을 둘러본 후 자신의 침소로 돌아와 그렇게 앉아 있었다.
계집은 한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렇게 남아 있는 시간을 죽였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신을 볼 수 없는 계집이지만 그 시선 끝에 서서 마주하며 서있어도 그 생각을 알 수 없었다.
분명 그의 곁으로 데려왔지만, 여전히 자신은 계집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하루의 밤낮이 더 지났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잠들지도 않았다. 인간의 식사조차 모두 거부한 채 그 자리에서 굳은 듯 움직이지 않은 계집이 그나마 살아있다는 신호는 오로지 얇은 눈꺼풀이 깜박일 때가 전부였다.
여덟 번째였다.
인면어들이 가지고 온 음식을 여전히 거부한 채 입도 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시선을 못박은채 움직이지 않았다.
“... 시위라도 하는 것이냐?”
결국 류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은 ‘인간’인 계집이 이대로 말라죽길 바라진 않았다.
“제 언사에 화가 나신 줄 알았어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모습을 감추기 직전의 대화를 떠올렸으나 내색하진 않았다.
“너는 내가 진정으로 화를 내는 게 어떤 건 줄 모르는구나.”
“오지 않으셔서 혹 제가 있는 곳이 해신의 눈동자 속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류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다. 그의 그림같은 눈썹이 쓱 위로 올라갔다.
차갑고 음울하고 적막하고 외로운 곳. 그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저는 아직 해신의 파군이 아닌 것이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제게는 해신께서 말씀하신 인간을 벌할 어떤 능력도 없기 때문이어요.”
“그렇게도 내 파군이 되고 싶나?”
“약조를 지키라 하셨잖아요. 이제는 이행해야 하는 것은 제 쪽이라고.”
이토록 의미없는 대화를 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항상 수경을 통해 종알거리던 계집아이가 이제 말하는 곳은 다른 사내가 아닌 류에게였다.
“나의 파군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 줄 모르는 모양이군.”
“저는 이미 이곳에 왔어요. 그게 제 의무라면 제가 짊어져야 겠죠.”
여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류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 깊게 파묻혔다. 순식간에 끌어당겨 입술이 맞부딪혔다.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밀고 들어오는 혀가 순식간에 여랑의 입속을 휘저었다.
“아...!”
“신의 힘을 받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입술을 떼고 여전히 호흡을 주고받는 상태에서 류가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과연 계집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한 사내를 사랑해 그를 위해 삶을 버린 계집이었다.
“...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이라면 지금이 낫겠지요.”
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여랑의 혼례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를 향해 빛나는 강렬한 빛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 빛을 다른 사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랬던 거군.”
여랑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유일하게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이유만으로 혼례날이 다가오는 계집을 끌어다 제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깨닫자 깊게 침체된 수면위로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다.
이 계집을 어디에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한시라도 빨리 계집을 파군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마음이 들었다. 파군이 된다면 영원히 여랑의 온전한 의식이 지배하는한 그와 함께 영겁을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류가 여랑을 가만히 눕혔다.
저고리 사이로 드러난 목선에 입술을 묻자 그녀의 몸이 움찔 떨려왔다.
사윤이 아닌 다른 이에게 안기는 것은 그녀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그를 밀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약속’이라는 말이 여랑을 족쇄처럼 옭아맸다.
“…… 아……!”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여랑을 순식간에 현실로 돌려놓았다. 그제야 풀어 헤쳐진 앞섶이 눈에 들어왔다. 류는 그녀를 데리고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신이었다. 아름다웠던 인면어들의 입술처럼 창백하게 질려있는 류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주먹을 꽉 쥐며 이 상황을 견뎌보려던 그녀의 손이 저도 모르게 그 입술가로 다가갔다. 하얗게 버짐이 피었던 사윤의 입술 또한 생각났다. 자신의 입술은 지금 어떤 모양일까. 그녀의 입술에 처연한 미소가 맺혔다.
여랑의 손가락이 입술을 더듬는 것을 류는 그저 가만히 두었다. 손끝에 끊어진 인연의 붉은 실이 너풀거리고 있었다. 여랑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테지만 류의 눈에는 그것이 보였다.
“차가워요.”
손끝에 느껴지는 것은 사람의 온기가 아니었다. 얼음 같은 냉기. 자신이 지금 누구에게 안기고 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해신.
율해국을 보우(保佑)하고 태초의 시간부터 존재해왔던 신이었다.
“영겁을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요.”
돌연 여랑이 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물음이 덧없어 류가 대답하지 않자 여전히 그의 입술에 가져다 댄 손을 거두지 않고 여랑이 대답을 간구했다.
“나는 존재한다. 영겁의 세월조차 내게는 찰나일 뿐이야.”
기억 속의 그는 여랑의 물음에 아무것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었다. 그 대답에 망연자실하게 그녀가 웃었다. 신들은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고 그가 말한 찰나의 세월은 바로 인간인 자신들의 세월이었다. 그 찰나의 세월을 위해 사윤을 위해 그녀가 스스로를 버렸으니 신의 눈으로 자신이 어찌 보일지 궁금했다.
류에게 안기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생이 끝나리란 것을 여랑은 직감했다. 그의 눈이 조용히 선택을 종용하고 있었다.
더 이상 그녀가 느끼고 살아갈 수 없는 세월이 안타깝지는 않았다. 그 바다에 몸을 던진 순간 끊어진 인연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여랑은 이곳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그가 말한 영겁의 찰나 속에서.
천천히 류의 입술에 닿아 있는 손가락을 떼자 그가 다시금 여랑의 입술을 삼켜왔다. 입 안을 헤집는 혀로 인해 정신이 아득해졌다. 또다시 까무룩 의식을 놓고만 싶었다.
밤이 지났던가.
이곳에 온 뒤로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가 성년이 된 날이 지났다는 것만은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드러난 하얀 어깨에 입을 맞춘 류가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그 고운 살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스스로의 입을 막는 손을 잡아 침상 위로 내리 누른 그가 몸에서 느껴지는 다른 감각에 질끈 눈을 감은 여랑의 눈가 위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손이 여물어가는 가슴을 쥐자 입술 아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 흣…….”
다문 잇새 사이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말캉한 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 중간 꼿꼿하게 솟아 있는 돌기를 검지손가락으로 튕기자 여랑이 몸을 뒤틀었다. 무섭고 낯선 감각들 뿐이었다. 그만 해달라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이곳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지금 멈춘다 해도 언젠가는 겪어야 될 일이리."


저자 프로필

김신형(하현달)

  • 국적 대한민국
  • 데뷔 2009년 로맨스 소설 '바람의 용'

2017.10.30.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김신형

필명은 하현달.
좋아하는 것은 낭만과 대나무, 그리고 죽순.
싫어하는 것은 싫은 것 모두.
외로움을 많이 타는 방랑아.
초승달이 뜨고 별이 쏟아지는 사막에 집을 지어
사막여우와 함께 사는 소박한 꿈을 매일매일 꾸고 있다.

▣ 출간작

바람의 용
청호(靑虎)
스타와 여배우
월광(月狂), 달에 미치다
흑호(黑虎)
류(流)
블랙 레이디
독재
나미브 : 아무것도 없다
아홉 번째 하늘


저자 소개

김신형

2001년 「드래곤의 일기」 판타지 소설로 데뷔, 이후 로맨스 소설 「월광」「스타와 여배우」「흑호」「청호」「블랙레이디」「류」「바람의 용」 등을 출간.

목차

서장(序章)
1 ~ 16
후(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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