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고 후회를 하며 새로운 다짐을 한다든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올해는 뭐했지?’ 하고 잠시 떠올리다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그냥 생각하기를 멈추곤 하죠. 디자인 매거진 CA #235(2017년 11-12월호) 표지 제목은 ‘세계 최고의 브랜딩’입니다. 첫 번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올해로 4주년을 맞은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CA 영국 본지 주최)에서 수상한 브랜딩 작업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탄생한 멋진 브랜딩 작업도 함께 담아보았습니다. 올해도 꾸준히 훌륭한 작업이 탄생하고 열정 가득한 디자이너들이 등장하였더군요. 이런 것을 보면 비슷하게 흘러간 1년 같지만, 어디선가 분명 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현대적인 북 커버 디자인에 관한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북 커버 하나에 들어가는 수많은 생각과 헤아림에 감탄할 수 있을 거예요.
디자인 업계의 이슈에 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묵직한 이야기까지 담아내는 인더스트리 이슈 섹션에서는 ‘쓸 만한 한글 폰트가 없다 — 디자이너가 원하는 폰트는?’이라는 주제로 폰트를 ‘다루는’ 디자이너 심우진과 폰트를 ‘만드는’ 디자이너 류양희가 각자의 의견을 들려주었습니다. 더 건강하고 좋은 글꼴이란 무엇인지, 그것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심 어린 고민과 애정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프로젝트 섹션에서는 새소년의 '긴 꿈' 뮤직비디오를 작업한 영상 작가 츠치야 호지의 작업 과정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아름답다’라는 평가를 받는 뮤직비디오의 과정 역시 흥미롭습니다. 또한 《2017 서울건축비엔날레》의 작업 과정 이야기를 CI와 그래픽 디자인을 맡은 슬기와 민, 그리고 웹사이트 제작을 맡은 디자이너 강이룬이 들려줍니다. ‘달콤쌉싸름한 뒷맛’이 느껴졌던 프로젝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세요. 《플로라랩 리브랜딩》에서는 디자이너 조중현이 작업 과정과 더불어 사업 초기의 클라이언트와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D&AD 시리즈는 작별을 고하지만, 새로운 시리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스웨덴의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스쿨, 하이퍼 아일랜드에서 인터랙티브 아트 디렉션과 익스피리언스 디자인을 공부하는 이진재가 유학 생활 체험기를 6회에 걸쳐 들려줄 텐데요.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이번 호부터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올 한 해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는 기쁜 감정도 슬픈 감정도 딱히 들지 않더군요. 저에게 아무것도 스며드는 것이 없어 ‘감정’이나 ‘기분’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달까요. 그래도 그렇지 않은 날들이 몇 번 있던 것이 조금은 다행이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CA를 읽을 때 독자 여러분은 어떤 느낌을 받으시는지 궁금하네요.
2017년, CA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독자 여러분의 마음으로 스며들 수 있는, 그런 느낌과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잡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