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국의 잊힌 왕족, 예호 왕족이라는 허울뿐 기울 대로 기운 가세. 노름에 미친 어미. 걸핏하면 앓는 허약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몸. 그의 무의미한 삶에서 하나뿐인 누이는 유일한 빛이고 희망이었다. 그런데 그 누이가 북국의 후궁으로 간다 한다. 정인을 두고 돈에 팔려 간다 한다.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제 목을 걸고서라도. 그리하여 그는 누이를 대신하여 희디흰 혼례복으로 몸을 휘감고, 죽음을 각오하고 차가운 북녘으로 향했다. 그러나 죽고자 디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