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판서를 지낸 집안에서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란 채헌. 사내치고 덩치가 좀 작은 게 흠이지만, 곱상하게 생긴 덕분에 고을에서 제법 인기도 있었더랬다. “날도 좋으니, 꽃놀이나 가자꾸나.” “예? 어딜 나가셔요. 오늘은 혼인 단자가 들어오는 날이잖아요.” 순진하고 푸근한 성격. 덩치가 크고 힘도 좋은 먹쇠는 오늘도 눈치 없이 말했다. 영 심기에 거슬리는 말에 채헌의 낯이 도드라질 정도로 일그러졌다. “따라오기 싫거든, 게 있거라. 나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