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떨어져 있던 애인을 만나러 밀라노를 찾았다. 상상했던 애틋한 재회는 없었다. 그에겐 이미 다른 여자 친구가 있었다. // “그럼 하던 대로 열심히 살아야지 아직도 내 꽁무니나 쫓고 있으면 어떡해.” 도저히 할 말을 못 고르겠어서 멍청하게 입술만 달싹였다. 이딴 소리까지 들어놓고도 나는 등신처럼 슬펐다. 나를 차갑게 대하는 김재현을 믿을 수 없어서. “……나한테.” 하지만 답을 예상해 놓고 끝까지 묻기를 택하는 나도 나였다. “나한테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