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 낯선 사람이었다. 살짝 내리깐 눈과 그 아래 언뜻 비치던 연붉은 입술. 점자를 더듬는 가느다란 손끝. 그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 것은 나의 관심이 그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봐. “나는 네가 손을 내밀 때 그 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잖아.”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고백. “괜찮아. 내가 이렇게 먼저 잡아주면 되니까.” 나는 그 아이 그대로가 좋고, 그는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