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서 감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배운 감각들은 핏줄보다 질긴 낙인이 되었다. *** “리스트는, 좋아해요?” “그럭저럭요.” “리스트는 이성애자라서?” “그런 건 모르겠고요.” “연주는, 누구 것이 좋죠?” 이번에는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먼지 같은 그 미소를 푸른 눈동자가 핥기라도 할 듯이 쏘아보았다. 이 남자 마음에 오기가 생겼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나는 본래의 나보다 훨씬 더 비열해질 수 있었다. “닉스 왕이요.” 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