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가족도 없이 빚에 쫓겨 살아가는 척박한 삶이었다. 목적도, 희망도 없이 관성적으로 하루하루를 이어 갈 뿐이었다. 너와 만나기 전까지는. 너와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운명처럼 이끌렸다. 부정하려 했으나, 결국 나는 기어이 내 삶 한켠을 너에게 내어주고 말았다. “……함께 가자.” 상처받고 싶지 않아 높게 세워둔 철옹성을 내 손으로 무너뜨리며, 이 아이가 만들어 낼 변화에 두려우면서도 기대를 꽃피웠다. 그런데, 그 어떤 상상에서도 이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