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내가 가진 사랑을 부수어달라 부탁했다. 사랑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니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뭐라고? “넌, 분명 나를 원했다. 나를 바랐잖아.”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다만 그에게 매몰되어 산 시간이 안타까웠다. 만약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면, 행복했을까. 성전의 영웅에서 고작 시종이 된 이부터, 이를 드러내기 시작한 황태자, 신의 진노를 입은 망국의 왕자, 사는 법도 죽는 법도 몰라 그저 숨만 쉬던 아이, 거룩한 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