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흔은 힘든 야근에 지쳐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깊은 산속이었다. 눈 앞에 나타난 자는 범상치 않은 외모의 젊은 청년이었다. 반듯한 이마와 섬세한 콧마루, 기다란 속눈썹이 촘촘하게 감싼 눈, 무엇을 바르지도 않은 듯한데 어여쁜 붉은색의 단정하게 다물린 입술....... 그 아름다운 남자가 영흔을 ‘각시’라고 불렀다. 그곳은 도깨비가 각시와 혼례를 치른다는 도깨비 집. 도깨비 혼례가 시작되면 보름간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