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도망치네, 정은수.” 피해자란 가증스러운 단어를 앞세워 나타난 그는 늘 그렇듯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었다. 숨 막히게 꽉 채운 단추부터 빛을 반사하는 구두까지. 10년 전 은수에게 매달리던 지우경은 없었다. 로맨스 전문 톱배우. 스캔들 단골. 그리고 재벌가 금지옥엽. 타고나길 불운하고 흙수저인 은수와는 천지 차이였다. 게다가 은수는 여전히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였다. “또 내 인생을 어디까지 비참하게 만들 건데? 너 아니어도 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