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를 범하지 마라. 그 말을 천금같이 여기고 지킨 나흔으로선 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렸지만 손은 이미 책을 펼치는 중이었다. 뜻을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혀서 읽을 수는 없지만,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나흔은 자연스럽게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다. 마치 귀신의 말을 이해하는 것처럼. 그냥, 그게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금기를 넘었다. 당황해서 허둥대는데, 저릿한 쾌감이 나흔을 살살 괴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