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스며든 권태로움. 그 무게를 버티기 힘들 만큼 무거워졌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외로움에 사무쳐 뜬 눈으로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쓰리고 아팠던 그 해 겨울, 한 남자가 나의 다비드가 되어 주겠다며 찾아왔다. <본문 중> “그러니까 저더러 당신의 누드화를 그려 달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나는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몸은 훌륭했다. 비율도 완벽하고. 하지만 요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