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관계를 색깔로 나타내자면 회색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정략결혼으로 월터 엘우드 백작과 결혼한 지 2년째. 소원한 부부 사이로 기약 없는 임신 때문에 압박을 받던 캐서린은 늦은 시각 이를 논의하기 위해 오랜만에 남편의 서재를 찾는다. “평소에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데 오늘은 그게 보이는군. 나랑 섹스하고 싶은 거 아닌가?” 사냥감을 앞에 두고 잘근잘근 씹어 먹는 시늉을 하는 맹수. 그의 앞에서 퇴각로는 꿈꿀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