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마저 스러진 고요한 첫날밤. 군왕君王의 입가에 잠시 스친 평연한 웃음을 보며 늘 그려 왔던 어진 지아비의 온화함을 알게 되었다. 다만, 그 수려한 용안에 드리운 아름다운 미소가 금세 잔인한 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그 한 가지 사실만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술에 취해 세월을 허비하는 광인. 백성 따위 안중에도 없는 잔혹한 폭군. 비릿한 피 내음을 흘리며 사나운 야차夜叉의 형상으로 서 있는 그가 바로 오늘, 내 모든 것을 취해 갈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