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도박 빚 대신 팔려나가게 된 덕희는, 멀리 도망치기로 했다. 거머리를 피해 당도한 곳이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는 나락인 줄 모르고. “산신님. 산신님. 이렇게 빌어요.” 자신의 정조가 처참히 짓밟히지 않도록. 무사히 거머리 같은 그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순간 나무가 우거진 깊은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스, 스윽. 묵직한 것이 땅을 쓸며 그녀를 향해 움직였다. 쉭쉭거리는 쇳돌에 긁는 듯한 거친 숨소리까지 들렸다.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