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가 흐르는 검은 깃털, 보통의 새보다 훨씬 더 크지만 날렵해 보이는 몸.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는 포식자의 것이었다.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거리를 유지한 채 이쪽을 바라보던 커다란 새는 해가 저물 때가 되어서야 자리를 떠났다. 얼마 뒤, 령이 만났던 검은 수리는 령과 같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 * * “내 반려가 되어 줘.” 운의 말에 령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싫다기보단, 좋아서. 좋아서 놀란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