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초봄. 휴전 이후 사그라들었던 열전이 다시 전 대륙에 번진 지 2년째. 아인클의 스파이 그레이스가 ‘그 남자’를 처음 만난 건 그 무렵이었다. 이안 터너, 그는 그녀의 조국과 가족을 앗아간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치는 적국의 스파이였고, 그녀에게 처음으로 참패를 안겨준 남자였고, 그녀의 육체를 탐하기 위해, 그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남자였다. “그레이스, 언제까지 날 그렇게 밀어낼 겁니까.” “...뭘 물어.